"낯선 대화 자제"… 서점에 붙은 안내문SNS 타고 확산한 '서점 번따'… 조회수 200만 회 돌파"독서 방해" vs "소통 창구""변화한 소통 방식… 상대방 배려 필요"
-
-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독서공간 에티켓'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찬웅 기자
"몰입의 시간을 지켜주세요"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매장 곳곳에 이례적인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대한민국 지성의 상징이자 '국민 서재'로 통하는 서점 기둥과 서가 곳곳에 '독서공간 에티켓'을 강조하는 푸른색 안내문이 이용객들을 맞이했다.해당 안내문에는 "소중한 독서의 순간이 낯선 대화나 시선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용에 불편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직원에게 문의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 조용히 책을 고르고 읽는 분위기가 당연시되는 서점에서 이 같은 안내문까지 동원해 이용객의 주의를 당부하는 것은 매우 이색적인 풍경이다.◆SNS 타고 번진 '서점 번따' 유행 … 조회수 200만 회 넘기며 '눈살'이 같은 안내문이 등장한 발단은 최근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이른바 '서점 번따(번호 따기)' 콘텐츠다. 실제로 7일 인스타그램에 '교보문고'를 검색하면 "번따 당하러 교보문고 갔다 옴" "떠오르는 헌팅 명소 교보문고 30초 후기" 등의 문구가 담긴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가 다수 확인된다.조회수 204만 회를 넘어선 한 숏폼 영상에는 연애를 목적으로 꾸미고 서점을 찾은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여성은 "재테크 코너가 번따 성지라고 해서 내용은 모르지만 책을 들고 있는 행위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해당 게시물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점은 힐링의 장소이자 교양을 쌓는 공간인데 언제부터 헌팅 장소가 됐나" "서점이 헌포(헌팅포차)도 아니고 책 사러 가는데 이런 행위는 부적절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예전에는 홍대였는데 요즘은 서점에서 하나" "나도 저곳에서 번따를 당한 적이 있다" 등 유행을 체감한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
- ▲ 7일 인스타그램에 '교보문고'를 검색하자 '서점 번따(번호 따기)' 관련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사색의 공간 침해" vs "만남 기회 부족이 원인"교보문고 측도 최근 해당 이슈가 확산하자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내문을 게시했다는 입장이다.교보문고 관계자는 "서점 번따 이슈는 몇 해 전에도 SNS에서 화제가 되어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적이 있다"며 "이번 역시 관련 내용이 점점 확산함에 따라 한 달 전부터 해당 안내문을 게시했다"고 말했다.서점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다수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차모씨는 "직장과 가깝다 보니 서점을 자주 찾는다"며 "조용히 책을 고르는 사람 옆에서 기웃거리며 번호를 묻는 행위는 민폐인 것 같다"고 말했다.또 다른 직장인인 40대 남성 고모씨는 "서점에서 조심스럽게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SNS 조회수를 노리고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서점 측도 안내문을 붙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서점은 책을 구매하고 읽는 공간인 만큼 최소한의 에티켓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대학생인 20대 여성 이모씨도 "SNS에서 유행이라고 하니 호기심에 시도하는 것 같은데, 막상 당하면 당혹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반면 이 같은 유행을 MZ세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인 30대 남성 강모씨는 "조금 황당하긴 해도 워낙 만남의 기회가 적은 시대다 보니 생겨난 유행 같다"며 "무조건 나쁘게 볼 건 아니지만 서점 측에서 안내문까지 붙인 걸 보면 선 넘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 같다"고 전했다.대학생인 20대 남성 박모씨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대학에 입학해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팬데믹 이후에도 사람과 만날 기회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서로 예의만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면 클럽이나 소개팅 앱 등의 가벼운 만남보다는 충분히 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 7일 오전 교보문고 광화문점 전경. ⓒ임찬웅 기자
◆"변화하는 소통 방식 … 상대방 배려하는 접근 방식 고민해야"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화한 청년 세대의 소통 방식과 공공 에티켓 사이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다수가 몰려다니는 모습이 많이 줄어든 추세"라며 "최근 젊은 세대가 SNS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점이든 음식점이든 남녀가 만나 번호를 교환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만남이 더 긍정적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많은 젊은 여성이 이러한 방식의 접근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짚었다.이어 "상대방의 호감을 끌어낼 수 있는 정중한 방식을 고민해야지, 무작정 접근한다고 해서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문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