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 로비' 규명 실패 … 기소는 이종호 뿐재판부 "방어권 및 자기부죄금지 원칙 근거"법조계 "첫 판결서 특검 별건 기소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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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해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6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지난 2일 순직해병 특검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법리 적용과 별건 기소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특검은 본류인 '구명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 과정 중 포착된 별건 혐의인 휴대전화 파손 사건에 수사력을 투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서울 잠원한강공원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를 로비 의혹 은폐를 위한 증거인멸로 보고 약식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사안의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며 "이 전 대표의 증거 파기는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 범위 내에 있다"고 명시했다. 또 특검이 주장한 교사범 성립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인의 손을 빌려 증거를 인멸했더라도 피고인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면 증거인멸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랐다.이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려운 행위까지 공소사실에 무리하게 포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류 사건의 실체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별건 혐의를 성급하게 기소했다는 취지다. -
- ▲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서성진 기자
◆ '구명 로비' 관련 무죄 선고 … 첫 판결서 법리 한계 노출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150일간 파견 검사 등 131명의 인력과 집행 예산 54억 원(편성 73억 원)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하며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185회의 압수수색과 430건의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다. 다만 핵심 수사 대상이던 '구명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거나 경로를 공소사실로 특정한 사례는 없다.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기소 사례는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한 건이다.'구명 로비'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VIP 격노설'의 원인이자 '순직해병 수사 외압 의혹'의 인과관계를 완성하는 핵심 고리로 꼽혀왔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의 과거 술자리 진술, 개신교계 인사들의 통신 기록 등을 근거로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에게 구명을 부탁했을 것"이고 "임 전 사단장이 개신교 인맥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구명을 부탁했을 것"이라는 정황을 제시했다.다만 로비의 대상과 경로는 파악하지 못했다. 특검은 "로비 시도가 있었고 김 여사 등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어떻게 현실화됐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전하며 수사를 종료했다. 수사로 밝히지 못한 의혹은 재판 과정에서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수사 과정에서 특검은 이 전 대표를 핵심 피의자로 입건하고 전담팀을 통한 밀착 미행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잠원한강공원 내 휴대전화 파손 현장을 포착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약식 기소했으나 재판부의 직권 결정으로 정식 공판이 개시됐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로비의 핵심 증거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구명 로비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못한 채 증거인멸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지난 2일 열린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 처벌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파기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특검이 주장한 '방어권 남용'을 배척하며 형법상 피고인이 자신의 증거를 스스로 인멸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자기부죄금지 원칙'을 무죄 근거로 삼았다.이번 판결로 특검은 5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구명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데 이어, 관련 수사 과정에서 기소한 이 전 대표 사건에서도 1심 무죄 판단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본안 수사 성과가 미진한 상황에서 시도된 무리한 별건 기소가 특검 전체 수사의 신뢰도를 낮췄다고 전한다. -
- ▲ 법원. ⓒ뉴데일리DB
◆ 법조계 "예견된 무죄 ... 억지 기소 비판 피하기 어려워"김연수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본래 자기 증거를 스스로 인멸하는 것은 방어권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지만 타인을 시켜 인멸하는 '교사' 행위는 처벌하는 것이 기본 법리"라고 설명했다.김 변호사는 "특검은 이 전 대표가 지인을 시켜 휴대전화를 파손했으므로 유죄인 '교사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지인과 함께 자신의 증거를 없앤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인이 휴대전화를 파손하는 현장에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현장 정황상 법원은 이를 타인에게 시킨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을 함께 도모한 공범 관계로 본 것 같다"며 "이러한 법적 시각 차이가 무죄 선고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이러한 법리적 쟁점이 뚜렷한 사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특검의 수사 방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특검 역시 기소 단계에서 무죄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특검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며, 공소권 남용이나 억지 기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조 변호사는 이어 "특검은 해당 휴대전화가 사건 전체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겠으나, 법원은 주된 피의자가 자기 증거를 인멸한 본질에 집중했다"며 "무죄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기소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결국 이번 무죄 판결은 본류 수사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성립 요건이 쟁점이 될 수 있는 별건 혐의까지 기소 대상에 포함한 특검의 수사 설계가 사법부의 판단을 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사팀이 내세운 '방어권 남용' 논리가 배척되면서 특검은 수사 종료 후 나온 첫 판결에서 공소유지 실패를 확인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