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넘어 TK까지 번진 '흰색 점퍼' 유행오세훈, 별도 선대위 구성 가능성까지 시사당명 지우고 '인물론' … "유권자 대상 사기"
  • ▲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유세 현장에서 당 상징인 '빨간 점퍼'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공천 파동과 사법리스크로 지도부 리더십이 사실상 붕괴되자 후보들이 당 간판을 가린 채 '흰색 점퍼'로 갈아입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와의 거리 두기를 넘어서는 '당 간판 숨기기'는 유권자에 대한 책임 정치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저 같은 사람은 입고 싶어도 못 입는데 빨간 점퍼를 그냥 벗어 던졌다는 것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은 최근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효력을 정지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의 공천 및 징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낸 대구시장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결과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공천 과정 전반에 사법리스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공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과 함께 지도부 리더십에 타격이 누적되는 흐름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선거를 앞둔 예비후보 사이에서는 당과의 거리 두기 움직임이 감지된다.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와 선을 긋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수도권과 영남 일부 지역에서는 예비후보까지 당 상징인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모습이 확인된다. 기호 2번은 부각하면서도 당명과 로고는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그간 각종 선거에서 흰색 유니폼은 주로 무소속 후보들이 활용해 왔다. 이러한 방식이 확산되면서 '당 간판 숨기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오세훈 시장은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무산되면 장 대표의 지원 유세 없이 '독자 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이들의 행보에 대해 "빨간색을 입고 싶다. 입게 해 달라"며 "당에 (변화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선대위 구성이 관철되지 않으면 서울시 차원의 별도 선대위를 꾸려 중도 확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그렇게 되면 분리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차원에서라도 중도 확장 선대위를 꾸려야 된다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대구 등 핵심 지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추경호 의원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흰색 계열 점퍼를 착용한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까지 당 색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배제와 가처분 신청이 이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후보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조직력이 약화된 상태다. 흰 점퍼 착용 흐름이 일부 지역에 그치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제주도 의원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도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점퍼에는 '국민의힘' 문구를 작게 넣고 후보 이름을 크게 강조하는 방식이다.

    공천 파동과 법원 판단이 겹치며 흔들린 지도부 리더십의 여파가 선거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 간판 대신 개인 경쟁력에 기대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정당 정치의 기본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빨간색 옷이 맞는다', '흰색 옷이 맞는다'라며 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지방선거의 승리를 방해하는 해당 행위"라며 "이제는 장 대표가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당 색채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인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흐름을 두고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간판 대신 개인 경쟁력에 기대는 전략은 유권자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유권자 대상으로 사기 치는 것"이라며 "자기가 소속된 정당이 무슨 당인지도 당당하게 얘기 못하고 아무 관계 없는 것처럼 하는 건 비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후보들이 당과 일정한 거리를 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흰색 점퍼는 지난 총선 당시 수도권 선거에서도 등장했다. 박근혜 탄핵 직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이 당명과 당색을 드러내지 않은 채 유세를 이어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