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인 "준강간 혐의는 이미 인정, 준강제추행 혐의만 남아… 증거 다 나왔다"
  • ▲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지난 5월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지난 5월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항소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범행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해온 배우 강지환(44·본명 조태규·사진)에게 대법원이 1·2심과 동일한 유죄 판결을 내렸다.

    5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강지환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지환 측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말한 진술이 의심된다"며 공소사실 중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1·2·3심 모두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보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준강간 혐의와 더불어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는 "피해자 생리대에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검출됐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것과는 별개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에서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 당시 피고인의 행동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원심을 확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7월 9일 자택에서 여성 2명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한 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한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된 강지환은 구속수사 당시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입장을 바꾸면서 피해자 측과 사실 관계를 다퉈왔다.

    "강지환이 먼저 합의 요구‥ 피해자가 금품 노리고 접근한 것 아냐"


    피해자 측 국선변호인인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규장각)는 대법원 선고 직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피고인(강지환)은 범행(준강간·준강제추행)을 모두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 과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장을 번복,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고, 2심 재판에서도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해 재판부로부터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까지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지난 7월과 10월 피고인 측이 낸 상고이유서와 보충서를 보면 마치 피해자 중 한 명이 피고인의 금품을 노리고 합의를 요구한 것처럼 서술됐는데, 재차 말씀드리지만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 측이 먼저 합의를 요구했다"며 "피고인 측이 합의해달라고 해서 합의한 사실 관계까지 다르게 주장하면서 무리하게 상고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강지환 측 변호인이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시도할 때 '피해자들이 허위로 무고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영장실질심사 과정과 그 이후에도 다 자백했는데, 이제와서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 측이 마치 피해자가 허위사실로 무고한 것처럼 상고이유를 개진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부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강지환, 준강간 혐의 부인한 적 없어‥ 준강제추행 여부만 다툰 것"


    박 변호사는 "최근 일부 기사들을 보면 피고인이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상고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쓰지 않아, 마치 강지환이 준강간과 준강제추행 모두를 부인하고 사실 관계를 다투는 것처럼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피고인이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이 준강간 혐의를 인정한 이유는 자신의 DNA가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됐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라며 "만일 DNA가 안 나왔다면 피고인 측이 준강제추행 혐의처럼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끝까지 사실 관계를 다퉜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기사들에 '준강간 피해자 A의 신체에서 강지환의 정액과 쿠퍼액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나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저도 기록을 봤습니다. 피고인 측만 본 게 아니에요. 기록상에 다 나옵니다. 와전된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공소가 제기됐을 당시 A씨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DNA가 나오지 않았고, 변호인이 이 사실을 확인했다면 준강간 혐의를 인정했을 리 만무합니다. 2심 재판부도 왜 준강제추행만 인정하지 않고 다투느냐며 피고인 측에 의문을 제기했었어요. 항소심 내내 준강간에 대해서는 다툰 적이 없습니다."

    박 변호사는 "준강간은 항거불능의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제로 갖는 범죄를 가리킨다"며 "그런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증거들이 다 나왔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를 본 뒤 강지환도 자백하고 이를 번복하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준강간 피해자 신체에서 강지환 DNA 검출"


    박 변호사는 "준강제추행 피해를 호소한 B씨의 속옷 속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된 것에 대해 피고인 측은 'B씨가 샤워 후 강지환의 의류와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옮겨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는데, 피해자가 착용한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나왔다는 것은 피해자의 주장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 측은 B씨의 속옷이나 강지환의 양측 손에서 강지환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범행 시간이 짧고 단순히 만지는 정도로는 피부나 옷에서 DNA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를 무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계속 바뀌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에도 박 변호사는 "깨어있을 때 피해를 당했다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됐겠지만, 당시 B씨가 의식이 없을 때 추행당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러한 준강제추행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마치 피해자가 허위사실을 얘기한 것처럼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합의서를 써달라고 요구할 때만해도 '공소사실을 다 인정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던 피고인 측이 이제와서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피해자를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피해자들은 강지환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생각해 합의서를 썼는데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과연 합의를 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고, 이와 관련된 보도가 여과없이 나가면서 유튜브나 기사 댓글 등으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회식장소는 강지환 집, 7월 9일 오전부터 파티


    강지환은 지난해 7월 9일 오후 10시 50분경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 현장에서 잠이 든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강간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이날 강지환의 소속사 직원들과 강지환의 자택에서 낮부터 회식을 했던 피해여성 B씨는 오후 9시 41분경 서울에 있는 친구 C씨에게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 있다"는 SNS 문자를 보내며 경찰 신고를 부탁했다.

    피해여성들에 따르면 이날 강지환의 집에서는 특정 통신사 휴대전화만 발신되고, 다른 통신사 휴대전화는 통화불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12 신고나 소속사 측과 통화에 연거푸 실패한 B씨는 개방형 와이파이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신고를 받고 강지환의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피해여성들로부터 "잠을 자다 강지환에게 성폭행(성추행)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지환을 체포했다.

    B씨는 피해자 진술조사에서 "잠을 자다 강지환이 바로 옆에서 다른 피해여성 A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제서야 강지환이 범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그 순간 (자신의) 옷매무새를 보니 심하게 흐트러져 있어 강지환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도 자신이 기억하는 그날 상황을 진술했는데, B씨의 진술과 상충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불러주겠다"는 얘기 듣고 집에 남아


    사건 당일 강지환과 스태프 7명은 새벽까지 충남 당진 세트장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오전 11시경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강지환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송별회를 겸한 자리였다.

    이른 시각부터 여장을 풀고 회식을 가진 강지환 일행은 대낮부터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다. 영수증이 공개된 것만 소주 8병에 맥주 10캔이고, 강지환의 '럭셔리 홈바'에 있던 와인까지 합치면 꽤 많은 술을 마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 피해자는 낮 12시 무렵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이 술에 많이 취한 상태임을 알렸다.

    장시간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스태프 대부분이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이때 피해자 두 명도 함께 일어나려 했으나 강지환이 할 말이 있다면서 "집에 갈 때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말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지환과 함께 남은 피해자들은 오후 6시까지 벌칙으로 술을 마시는 게임을 하다 강지환은 침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만취한 피해자들은 2층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피해자 중 한 명이 눈을 떴을 때 강지환은 나체 상태로 피해자들 사이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자 강지환은 "나 잘못한 거 맞아?" "그러면 감옥에 보내 달라"는 말까지 했다.

    이후 강지환이 밖으로 나가자 피해자는 방문을 잠근 뒤 지인들에게 휴대전화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체포 직후 "술을 마신 건 기억나는데 그 이후의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던 강지환은 일주일 후인 7월 1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강지환은 변호인을 통해 "준강제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진술 일부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정황이 있고, 일부 사실의 경우 기억하지 못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변론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