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제와서 강제추행 부인하는 강지환, 납득 안돼… 구체적 피해 진술 있다"
  • ▲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강지환은 1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강지환은 1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항소심에서 범행사실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한 배우 강지환(44·본명 조태규·사진)이 사건 당시 나체 상태로 피해자들 사이에 누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강지환은 지난해 7월 9일 자택에서 여성 외주 스태프 2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준강간·준강제추행)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내달 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준강간은 왜 인정했나?"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14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 직후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강지환 측은 두 가지 공소사실 중 '준강제추행 혐의의 경우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며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나, 사건 당시 강지환이 나체 상태였다는 피해자 증언이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확한 시간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사건 당일 피해자가 최초로 외부에 연락을 시도한 시각은 2019년 7월 9일 오후 9시 7분이었다"며 "이에 따라 약 30분 전에 두 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강지환과 스태프 7명은 새벽까지 충남 당진 세트장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오전 11시경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강지환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송별회를 겸한 자리였다.

    강지환 집에 여성 둘만 남았다 '사고'


    이른 시각부터 여장을 풀고 회식을 가진 강지환 일행은 대낮부터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다. 영수증이 공개된 것만 소주 8병에 맥주 10캔이고, 강지환의 '럭셔리 홈바'에 있던 와인까지 합치면 꽤 많은 술을 마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 피해자는 낮 12시 무렵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이 술에 많이 취한 상태임을 알렸다.

    장시간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스태프 대부분이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이때 피해자 두 명도 함께 일어나려 했으나 강지환이 할 말이 있다면서 "집에 갈 때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말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지환과 함께 남은 피해자들은 오후 6시까지 벌칙으로 술을 마시는 게임을 하다 강지환은 침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만취한 피해자들은 2층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피해자 중 한 명이 눈을 떴을 때 강지환은 나체 상태로 피해자들 사이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자 강지환은 "나 잘못한 거 맞아?" "그러면 감옥에 보내 달라"는 말까지 했다.

    이후 강지환이 밖으로 나가자 피해자는 방문을 잠근 뒤 지인들에게 휴대전화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DNA 나오지 않아도 준강제추행 인정 가능"


    박 변호사는 "잠이 든 여성 두 명 사이에 강지환이 나체 상태로 누워 먼저 한 명을 준강제추행하고 나머지 한 명을 준강간했다는 게 공소사실"이라며 "상식적으로 강제추행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하는 강지환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강지환은 준강간의 경우 자신의 DNA가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됐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부인하지 않고 있으나 준강제추행은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범행 시간이 짧고 단순히 만지는 정도로는 피부나 옷에서 DNA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무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합의서를 써달라고 요구할 때만해도 '공소사실을 다 인정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던 강지환이 이제와서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피해자를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피해자들은 강지환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생각해 합의서를 썼는데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과연 합의를 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지환 "평생 고개 숙이고 반성하며 살겠다"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강지환이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자기의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지환은 최후진술에서 "상처와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난 세월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지만 지금 제 모습은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이 두렵다"며 "평생 고개 숙이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강지환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6월 11일 같은 법정에서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