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의식 회복했지만 후유증 우려”…독일 야당 “러시아와의 가스관 연결 사업 중단하라”
  • ▲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후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후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경가스 ‘노비촉’에 중독됐던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19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나발니가 의식을 되찾았음에도 이로 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등 친러 인사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 “나발니, 의식 되찾았지만 후유증 우려”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이 “나발니가 의식을 되찾았다”고 밝혔다고 도이체벨레, BBC 등이 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나발니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숨을 쉬고 있으며, 언어 자극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샤리테 병원은 “나발니가 의식은 회복했지만 독극물 중독의 장기적 영향까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향후 후유증을 우려했다고 방송들은 전했다.

    ‘노비촉’은 1970년대 소련이 만든 신경 가스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 2018년 3월 영국 런던에서 피습당한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도 ‘노비촉’ 공격을 받고 죽다 살아났다.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정보기관 정찰총국(GRU) 소속 스파이였다.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사실은 지난 2일 독일 정부가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독일군 연구소 검사 결과 나발니 체내에서 노비촉 계열 신경 가스가 나왔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또한 “이는 암살 미수”라며 “러시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EU도 러시아의 암살 시도를 강력히 비난했다.

    독일 여야, 메르켈 향해 “러시아 가스관 사업 중단하라”

    나발니가 의식을 찾았음에도 독일 정치권은 메르켈 정부가 추진 중인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사업 ‘노르트스트림 2’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우파 성향인 자유민주당과 좌파 성향인 녹색당은 지난 6일 메르켈 총리에게 ‘노르트스트림 2’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여당인 기독민주당 소속 노르베르트 뢰트겐 하원 외교위원장 또한 “EU가 공동으로 ‘노르트스트림 2’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르트스트림 2’는 러시아 니르바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 그라이프스발트까지 1225킬로미터를 잇는 천연가스 공급관이다. 연간 공급량은 550억㎥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25%에 달한다. 2018년 착공한 뒤 현재 공정율은 90%에 이른다. 올 연말 완공되면 내년부터 천연가스 공급이 시작된다.

    메르켈 총리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원이 완전히 구축되기 전까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한다며 이 사업을 추진했다. 메르켈 총리는 ‘노르트스트림 2’가 완공되면, 여기다 육상 수송관을 붙여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도 천연가스를 팔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도 끼어 있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슈뢰더 전 총리는 올해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K방역'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노르트스트림 2’ 사업을 맡은 법인의 이사회 의장이면서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의 자문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