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km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개통…외신들 “美 압력에 러·중 손 잡은 결과”
  • ▲ 동시베리아에서 중국 동북 3성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 일부 구간.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시베리아에서 중국 동북 3성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 일부 구간.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천연가스 공급용 파이프라인이 지난 2일(현지시간) 공식 개통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에너지 동맹’이 갈수록 공고해질 것이라는 외신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시베리아서 동북 3성까지 3000km 가스 라인 ‘러시아의 힘’

    영국 로이터 통신은 “3000km에 이르는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은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차얀딘스코예(Chayandinskoye)와 코빅타(Kovytka)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보낸다”며 “이 파이프라인은 향후 30년 동안 러시아 정부에 4000억 달러(한화 473조8800억 원)의 수입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가스 공급 업체는 가즈프롬이다. 총 사업비는 한화 65조 원이 든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은 러시아와 중국 국경지대인 헤이룽장성을 통해 지린성, 랴오닝성 등 중국 북동쪽 곡창지대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늦가을부터 봄까지 한반도로 불어닥치는 미세먼지의 주요 발원지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중국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양을 꾸준히 늘려, 2025년까지 연 평균 380억 입방 미터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매년 585억 입방 미터(2018년 말 기준)를 수입하는 독일에 이어 러시아의 두 번째 천연가스 소비국이 된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념사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파이프라인 개통은 에너지 전략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높인 것은 물론 2024년까지 양국 간 무역규모를 2000억 달러(한화 236조98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목표에도 성큼 다가섰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 또한 “이 파이프라인은 중러 에너지 협력 관계에서 기념비적 사업”이라며 “이 사업은 양국 간의 깊은 통합과 상호이익을 얻는 협력의 상징”이라고 평했다.
  • ▲ 지난 6월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를 맞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를 맞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와 중국 간의 초대형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두고 통신은 “이 사업은 러시아가 추진 중인 에너지 관련 3대 대형국책사업 가운데 하나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서방진영에게서 받는 금융 제재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모스크바의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서방 제재 극복하려는 러시아와 중국 손잡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힘’ 파이프라인 외에도 발틱해 해저를 지나 독일에 이르는 ‘노르트 스팀 2’ 파이프라인, 터키와 남유럽까지 이어지는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계획 중이다. 유럽을 향한 사업들은 몇 년이 지나도 진척을 보이지 않는 반면 중국과 함께 시작한 ‘시베리아의 힘’은 완공 때까지 기간이 5년 남짓에 불과했다. 공사비 또한 유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에 비해서는 매우 적게 들었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러시아가 중국과 이렇게 힘을 합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안이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에너지 분석가 에리카 다운스의 말을 전했다.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시기에 경제적 제휴를 강조한 바 있다”며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이 그 결과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카타르와 같이 미국의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천연가스 공급국을 찾느라 고생을 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러시아의 경우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및 강제 합병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제재로 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혀 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겼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중국 에너지 기업들은 올해 초에도 러시아의 ‘극지 천연가스-2(Artic LNG-2) 계획에 관심을 갖고, 여기에 참여하기 위한 계약을 했다”면서 향후 러시아와 중국 간의 에너지 동맹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