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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청와대에서 6차 비상경제회의를 소집한다. 지난달 22일 5차 회의를 끝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제 회의의 주재 권한을 맡긴다고 했던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기자들을 만나 "비상경제회의에서는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소비·민간투자 활성화, 기업 리쇼어링(해외공장의 국내 복귀) 등의 방향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1~5차 비상경제회의에 이어 임금이 온갖 정사(政事)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이 이뤄지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고, 범경제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의 본격 가동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며 "경제 위기가 끝날 때까지 위기 관리, 일자리 보호, 기업 구호 등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하는 위기 극복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처 간 엇박자 보인 홍남기
이후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사령탑 바통을 이어받아 자신감 있게 역할을 행사했다. 직속 부하인 기재부 참모들을 비롯한 공무원들을 불러 놓고 진두지휘할 권한이 생긴 그는 매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우한코로나 대응 정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특히 홍 부총리는 28일 유통업계에 대대적인 할인행사 개최를 계획하는 '경제 활동 재개'를 주장했지만, 같은 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역을 위한 '모임 자제'를 거듭 강조해 부처 간 엇박자를 보였다.
이후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패싱'하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 시작에 맞춰 30조원 이상 규모가 될 3차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서는 '재정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신을 가진 홍 부총리를 향한 불신감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 간 신경전의 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5월16일 홍 부총리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 안팎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물어 회의장 분위기가 급속히 냉랭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남기 "재정건전성 우려" vs 文 "돈 풀어야 선순환"
현재도 홍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기재부는 국가채무비율이 가파르게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거치면서 국채가 819조원까지 늘어났는데, 3차 추경 등에 소요되는 재원은 결국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개발원구원(KDI)은 잇따라 '증세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경제여건이 나쁠 때 나랏돈을 크게 풀면 경기 회복을 거쳐 다시 재정 여건이 튼튼해진다는 '선순환론'을 내세워 이를 반박했다.
결국 회의 주재 권한을 다시 직접 거머쥐게 될 문 대통령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주요 산업·기업과 고용 유지를 통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방향성을 더욱 선명히 하면서, 야권에서 제기되는 '3차 추경 회의론'을 직접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여야 1·2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도 3차 추경안에 대한 신속한 통과를 재차 당부한 바 있다. 정부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 3차 추경안을 국무회의를 거쳐 지체 없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