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서, 미성년女 폭행 신고에도 현장수사 미뤄… 사건 신고 10여 일간 피해자 조사도 안 해
  • ▲ 경찰. ⓒ정상윤 기자
    ▲ 경찰. ⓒ정상윤 기자
    기자는 최근 인천에서 미성년자가 '맞방(맞는 방송)' '벗방(벗는 방송)'을 강요당한 사건을 취재해 보도했다. 성인 남성인 가해자들이 만 18세의 미성년 여성을 오피스텔에 감금한 채 가학적 불법 성인방송에 출연할 것을 강요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방송에서 성인남성에게 종아리를 포함한 온 몸에 시퍼런 멍이 들 때까지 철쟁반 등 둔기로 수백회를 맞아야 했다. '벗방'을 위한 성기 제모까지 강요당했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불법 성인방송을 통해 하루 수백만원의 이득을 편취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마주한 경찰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피해자를 일반 가출청소년 대하듯 했으며, 지난달 22일 신고 당일에도 버젓이 불법 성인방송이 이뤄지던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한 현장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초동수사 부실' 후속 보도에… '부랴부랴' 보도자료 낸 경찰

    이튿날 기자가 “증거인멸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관할 경찰서인 인천서부경찰서는 “여성청소년과에서 현장 수사를 다시 나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 수사를 나가고도 폭행 도구 등 증거품을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경찰은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10여 일간 조사를 미뤘다. 본지의 후속 보도가 나가자 그제야 가해자 3명을 입건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나마 가해자가 총 5명이라는 사실과, 피해자가 4명 더 있다는 사실은 누락했다.

    사건을 마주한 경찰의 미온적 수사 의지에 비판이 나온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이른바 'n번방 사건'도 경찰 등 사법기관의 미온적 대처가 있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불법촬영 영상물이 업로드된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 역시 경찰이다.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이 사건처럼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나 제2, 제3의 n번방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봐서는 제대로 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경찰, 역대 최다 의원 배출… 수사권 조정보다 자정과 혁신부터

    이날부터 시작되는 제21대 국회에는 경찰 출신 당선인이 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의 독립을 주장한 임호선 전 경찰청 차장과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 등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오는 8월부터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시행된다.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안의 세부 법령 마련 등 후속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7월 전까지는 입법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 수년간 경찰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그동안 보여온 행태에 스스로 반성하며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경찰의 자성과 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