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대응실패 인정 않고 원론적 이야기만 줄줄… 네티즌 "뒷북 수준 담화‥이런 정부를 믿어달라?" 맹비난
  • ▲ 국내 우한폐렴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서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뉴데일리
    ▲ 국내 우한폐렴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서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뉴데일리
    국내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선 22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종교행사 등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행사를 당분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정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정작 이번 사태에 대한 뾰족한 타개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오후 9시 긴급 대국민담화… 원론적 이야기만 줄줄

    정 총리는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는 감염 진행상황이 더욱 엄중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 “종교 행사 등 좁은 실내 행사나 야외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행사는 당분간 자제하거나 온라인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위생용품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 무리한 대중집회 등을 통해 국민 불안을 가중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한 폐렴에 관해서는 “초기 경증단계에서 전파력이 높지만 치명률이 낮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조기에 발견하고 격리치료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이날 긴급히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그동안 확진자가 없었던 강원, 세종, 울산, 대전에서 하루새 환자가 쏟아지면서 우한폐렴이 전국적인 확산 국면에 들어갔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잘하고 있으니, 국민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이날 긴급담화는 뚜렷한 대책없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미래통합당은 “정작 중요한 ‘어떻게 하겠다’가 빠진 대국민 담화였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미래통합당 원외대변인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중국인 입국금지 확대’, ‘위기단계 격상’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리가)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초기대응실패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자화자찬만 늘어놓았다”며 “믿어달라면서도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강력한 대책은 외면하는 정부 덕에 국민들은 더욱 불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국무총리가 토요일 밤 늦게 내용도 없는 대국민 담화나 발표해서야 되겠냐"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위로하고, 여러 나라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 등에 대해 직접 말씀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청와대가 총선 대응, 검찰 장악에나 정신이 팔려 있을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라며 "대통령은 부디 정치꾼 참모들이 아닌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론도 좋지 못하다. '뒷북' 수준의 대국민담화인데다,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등 우한폐렴에 대해 여전히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네티즌 hhi5****는 “아는 내용 읽어 놓고, 발표(대국민담화) 했다고 행사하냐”며 비꼬았다. 다른 네티즌(jank****) 역시 “내용도 없는 대국민담화는 왜 하냐”며 “정부에서 뭘 어떻게 한다는 것도 없이 정부와 의료진을 믿어달라? 그런 담화문으로 코로나가 잡히면 얼마나 좋겠냐”고 일침했다.

    이 외에도 “'안정기'라더니 이제 와서 엄중한 상황?” “문재인 대신에 욕받이로 나왔다” “짜파구리먹던 문 대통령은 어디 가셨나” “중국인부터 막고 이야기해라”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다음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무총리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감염 진행 상황이 더욱 엄중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강도 높은 대응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에 대비하여 지자체, 의료계와의 협력체계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초기 경증단계에서 전파력이 높지만, 치명률이 낮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격리해 치료하면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정부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어르신 등 건강취약계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대처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코로나19의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시면 코로나19가 숨을 곳이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당부드립니다.

    종교행사 등 좁은 실내 공간에 모이는 자리나 야외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행사는 당분간 자제하거나 온라인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가의 방역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위생용품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 무리한 대중집회 등을 통해 국민 불안을 가중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진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동안 감염병 대응 경험도 충분히 축적돼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 사스와 메르스를 이겨낸 경험이 있습니다.

    정부의 노력과 국민 여러분의 협조로 이번 코로나19 역시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우리 정부와 의료진을 믿고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손씻기, 기침예절 등 위생수칙을 꼭 지켜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상황을 반드시 이겨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