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피 뽑아 논문… 아픈 아이들 피가 힘 있고 돈 많은 누군가의 대학입시에 쓰였다"
  •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4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4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씨의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의사회는 조 후보자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딸 조씨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실력 없는 의사는 환자 목숨을 앗아간다"며 "의대 부정입시는 단순 부정입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어 "조국 씨가 법무부장관이 되겠다는 것은 도둑이 도둑을 잡겠다고 떠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조국 씨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오늘 당장 사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니면 의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조국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시점에는 1저자,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했다'고 발언했는데, 2006년 황우석 사태 후 우리나라 연구윤리 규정은 엄청 강화됐다. 조 후보자 딸이 논문을 낼 2009년은 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지 않았다. 조국 씨가 말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영어 번역에 기여했기에 1저자가 됐다'는 조 후보자의 해명과 관련해 "해당 논문은 영어 지식만 있으면 쓸 수 있는 수준의 논문이 아니다. 생명공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학 지식, 그 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학 중 신생아학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신생아실 주치의 경험이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대체 이 논문 내용이 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빼고는 의사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고등학생이 인턴 2주 만에 논문1저자가 될 만큼 기여했다는 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논문은 3kg 밖에 안 되는 신생아들, 그것도 일부는 아픈 아이들의 피를 뽑아 작성됐다. 가여운 아이들의 피가 힘 있고 돈 많은 누군가의 대학입시를 위해 함부로 쓰였다는 데서, 아픈 아이를 고쳐주는 것을 평생의 낙으로 삼고 살아온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의사 2894명 상대로 설문사…94%가 "부정입시"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2~4일 2894명의 의사를 상대로 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 조씨 논문 사태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대한병리학회 공식 학술지에 조국의 딸 조민이 2주 인턴 후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98.7%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번 사태가 편법을 이용한 부정입시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부정입시"라고 답한 비율도 94%에 달했다. '딸 조씨의 대한병리학회 논문에 의학계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6%가 "해당 논문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91%가 "취소돼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