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입법 근거 없어 자문역할도 못해… '좌편향' 사법부 만들기" 우려
  •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이하 행정회의)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사법부의 '좌편향성' 우려를 제기했다. 사실상 '법원행정처' 역할을 하는 행정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외부인사들이 특정 정치성향의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인사권까지 행사하는 행정회의가 '특정세력'에 장악될 경우 현직 판사들이 이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사법부 독립성 훼손 등 '또 다른 적폐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대법원 규칙 제정 후 이르면 9월 중으로 행정회의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의 분산이라는 사법행정제도 개선의 취지를 일부라도 실현하고자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려 한다"며 "다음달 중으로 관련한 대법원 규칙을 만들고 이르면 9월 중으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행정회의 위원은 총 10명이다. 의장은 대법원장이며 위원은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각 법관 2명, 3명씩을 추천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법관이 아닌 외부인사 4명은 특별한 공모 절차 없이 대법원장이 위촉한다. 행정회의는 대법원 규칙 등의 제·개정과 대법원장이 국회에 제출하는 의견, 인사와 예산 등 그동안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에서 처리했던 사항들을 논의하게 된다. 사실상 사법부 내 ‘최대 파워 집단’이 되는 셈이다.

    입법절차 생략..."사법부가 비법조직 만드는 상황"

    문제는 이 자문기구 설치에 입법절차가 생략됐다는 점이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같은해 12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로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된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권한을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로 분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원조직법에 따른 자문기구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와 법관인사위원회 2곳뿐이다. 이 기구들 이외에 추가적으로 자문기구를 설치하려면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김명수 사법부는 국회의 처리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대법원 차원에서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법원 규칙의 개정은 대법원 회의에서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입법 근거가 없는 비법조직을 사법부가 나서서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 고위 법조인은 "자문활동을 하려면 입법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국회에서 늦어진다고 사법부가 나서서 한다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입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다. 법에도 없는 조직을, 법을 판단하는 사법부가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이 만든다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입법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문역할을 하려고 해도 권한을 부여할 수도 없다"고도 강조했다. 

    "또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 신적폐 전락" 우려

    일각에서는 이 자문기구가 또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문기구에 참여하는 법관과 외부인사들이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채워질 경우 사법부의 중립성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는 헌법재판소와 법제처 등 사법부 곳곳에서 발견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남석(62·연수원 13기) 헌재 소장과 문형배(54·18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이미선(49·26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66·14기)·이은애(53·19기) 헌재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지난 5월 임명된 김형연 법제처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다. 

    자문기구 위원의 임명에 대법원장이 관여하게 돼 있는 만큼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그간 인사를 보면 편향된 인사가 자리에 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성향 재판관들이 과반으로 채워진 헌재의 사례를 보더라도 자문기구가 과연 원래의 취지대로 사법행정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