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비판은 결국 판사 비난인데…" 법원·법조계 "대법원장이 억지춘향 발언" 쓴소리
  •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판결에 대한 비판은 허용돼야 하지만 법관에 대한 공격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억지춘향식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판결 비판 허용돼야…도를 넘어선 안돼"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판결에 대해 국민들이 비판을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바람직하다"면서도 "그것이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재판을 한 개인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면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는 사람은 구체적 내용을 들어서 불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은 바람직하지만 법관을 공격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대법원장은 김 지사의 실형 선고 후 이틀간 침묵을 지켰지만, 여당의 '법관 탄핵 추진' 등 사법부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법원장으로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 비판 바람직?...자신도 불만 있다는 거 아니냐"

    이에 대해 법원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 "억지춘향식 발언"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여당이 '법관 탄핵'을 언급했을 때 김 대법원장은 삼권분립 침해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며 "이날 발언도 두루뭉술해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민주당에 경고를 하는 것인지, 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하기 싫은 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억지 춘향'을 보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 판사는 "사법부의 독립성은 헌법에서 보장된 것이고, 법관 개개인이 하나의 사법기관"이라며 "법관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나온 것인데 판결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결국 자신(김 대법원장)도 판결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우리는 대법원장이 '양승태 키즈는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대한민국 판사만 있을 뿐'이라는 말을 정치권과 국민을 향해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관 탄핵" vs "사법독립 침해"… 갈등 지속  

    지난달 30일 김 지사 구속 이후 여당 등 '친여' 진영과 법조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여당과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은 사법부를 향해 '막말' 수준의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판사 탄핵을 운운하는 등 법관 독립성을 해치는 발언을 쏟아냈다. 

    여당은 김 지사 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보복판결'이라는 주장을 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며 "불순한 동기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정부를 흔들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법관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인권통일변호사모임(한변)도 "여당이 보복성 재판과 청산위원회 구성, 법관 탄핵 등을 운운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을 명백히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