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처장 "상고법원 도입 검토 중"... 법조계 "김명수 사법부 스탠스 꼬일 듯"
  •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김명수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었다.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김명수 사법부의 ‘이중적 행태’ 때문이다.

    앞서 김명수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했던 양승태 사법부를 적폐로 몰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부와 재판거래를 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선 정부의 협조가 필수인데, 김명수 사법부와 현 정부는 ‘정부와 협조’를 ‘사법적폐’로 몰아놓고, 그 상황에서 상고법원을 추진하려는 김명수 사법부의 ‘이중성’을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조재연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개선방안 검토”

    19일 국회에 따르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어떤 형태로든 상고제도 개선은 필수”라며 상고법원 도입과 대법관 증원 등을 사법부 개선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상고사건의 급격한 증가로 현재 대법원은 법령 해석의 통일 기능은 물론 신속·적정한 권리구제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제부터 대법관 증원을 포함하여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상고법원,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등 모든 방안에 대해 길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상고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전면적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설치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의 안을 제시했다.
     
    상고법원으로 곤욕을 치렀던 김명수 사법부가 또 다시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법원의 업무부담이 과중되기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간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심 사건은 4만7979건에 달한다.

    대법관 12명이 4만여 건 담당… 업무과중 심각

    그러나 상고심 사건을 담당해야 하는 대법관은 수년째 14명으로 고정돼 있다. 여기에 대법원장과 재판 업무를 맡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 12명이 사실상 사건 대부분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다. 업무부담이 과하다 보니 자연히 상고심의 사법 서비스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양승태 사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청와대와 국회·언론 등을 통해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다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샀다. 사법개혁을 강조하던 김명수 사법부에도 상고법원 도입은 여전히 최대 현안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체 소송 건수가 증가하면서 상고심에 접수되는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며 “대법관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사건의 수만 늘어나다 보니 업무부담이 과중됐고, 재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상고법원 추진에 대한 김명수 사법부의 ‘이중적 행태’다. 김명수 사법부와 현 정부는 양승태 사법부의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와 협의 등을 ‘적폐’로 규정했다.

    상고법원 추진한 양승태 ‘적폐’로 몰던 김명수

    김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되자 “사법부의 과오에 대한 법적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 됐다”며 “폐쇄적인 사법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개혁을 이루어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상고법원 도입’ 발언으로 김명수 사법부의 행보가 꼬일 수도 있다고 봤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선 정부와 협조가 필수적인데, 현 정부는 전 정부와 사법부 간 ‘협의’를 ‘적폐’로 규정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즉,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현 정부와 김명수 사법부 간 ‘협의’도 ‘적폐’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현 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부와 협의한 것을 삼권분립 위배로 봤다. 그런데 사법부는 상고법원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와 협의 없이 가능한 일이겠느냐”며 “결국 현 정부의 이런 시각이 국민들에겐 ‘내로남불’로 비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 내부에 쌓여 있던 진정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김명수 사법부 역시 돌고 돌아서 이쪽으로 왔다고 생각한다”며 “상고사건이 외국에 비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상고제도는 대법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의 업무과중으로 재판 당사자들도 불만이 많다”며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제도적 묘수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수 체제에서도 법원의 근본적 문제를 혁파하기 위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