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ADS “위장업체가 판매… 대북제재 회피 수단” 분석
  • ▲ 북한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판매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베트남 하노이의 고려식당. 이곳에서 파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는 '미래기술그룹'이라는 조직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판매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베트남 하노이의 고려식당. 이곳에서 파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는 '미래기술그룹'이라는 조직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통해 안면인식기술을 팔며, 이를 통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CNN이 18일(현지시간) 싱크탱크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과거 국내 자생간첩들에게도 IT 기술을 제공한 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CNN은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운영하는 ‘고려식당’에서 음식뿐 아니라 첨단 기술 소프트웨어도 판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한반도기를 내걸고 붉은 색으로 장식한 식당은 냉면·김치 등을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첨단 기술을 응용한 안면인식 프로그램 업체가 위장운영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 “북한, 첨단 기술 프로그램 팔아 외화벌이”

    CNN은 미 싱크탱크인 C4ADS(선진국방연구소)의 북한·중국 애널리스트 제이슨 알터번 연구원의 주장을 인용했다.

    알터번 연구원은 “(하노이 식당에서 파는 것과 같은) 첨단 기술제품 수출은 매년 수십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김정은 정권에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해커 조직들을 동원해 안면인식기술 같은 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수출하면서 동시에 각 프로그램에 원격 접속·조종이 가능하도록 ‘백도어’를 만들어 판다고 주장했다.

    알터번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의 무기 수출은 금지하지만 첨단 기술을 사용한 소프트웨어 수출은 군사용만 아니면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는다”면서 “하노이 식당의 안면인식기술 판매는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김정은 정권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마틴센터의 비확산연구소(CNS)에서 북한의 불법금융을 조사하는 카메론 트레이너 연구원 또한 “유엔 대북제재는 IT 기술에는 엄격한 통제를 않는다”며 북한이 IT 기술제품 수출을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C4ADS와 CNS 모두 하노이 고려식당에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조직이 ‘미래기술그룹’이라는 북한 위장업체라고 추측했다. 미래기술그룹은 하노이 고려식당과 말레이시아에 소재지를 둔 유령업체 ‘글로콤’과 연결돼 있다고 한다.
  • ▲ 2011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붙잡힌 왕재산 간첩단 사건 브리핑 모습.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北225국은 포섭한 간첩용의자들에게 공작금 대신 차량번호인식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1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붙잡힌 왕재산 간첩단 사건 브리핑 모습.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北225국은 포섭한 간첩용의자들에게 공작금 대신 차량번호인식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로콤은 북한의 불법무기거래에 연루된 적이 있다. 글로콤의 홈페이지 도메인을 등록한 업체가 미래기술그룹이라는 것이다. 이 홈페이지는 현재 삭제됐지만 검색엔진에 남은 흔적을 보면 글로콤이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북한, 간첩들에게 공작금 대신 IT 기술 프로그램 건넨 적도

    하노이 고려식당의 경우 김정길이라는 북한사람 명의의 업체 ‘무도 비나’가 소유하는데, 김정길은 프리랜서 IT 전문가 홈페이지에 자신을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전문가’이자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소개했다고 한다. 김정길이 아이디 ‘kkg197318’로 올린 자기소개를 보면 1973년 1월8일 출생이며, 미래기술그룹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고 돼 있다.

    C4ADS와 CNS는 이처럼 하노이 고려식당과 말레이시아 글로콤, 그리고 북한 위장업체 미래기술그룹이 모두 연결돼 있고, 이들이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팔아 외화벌이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CNN과 미 싱크탱크로서는 북한이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팔아 외화벌이를 하는 게 생소한 듯하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는 8년 전 국내에서도 있었다. 북한이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것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작금 대신 건넨 것이다. 바로 ‘왕재산간첩단사건’이다.

    2011년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는 주사파 출신 5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 기소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1994년 4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중국과 동남아를 수십 차례 오가면서 북한 225국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만들다 붙잡혔다.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북한 225국은 이들에게 공작금 마련에 쓰라며 ‘자동차 번호판 자동인식 프로그램’ 기술을 제공했다. 현재 적지 않은 건물과 주차장에서 쓰는 그 ‘번호판 인식 프로그램’이다. 간첩 용의자들은 당시 자신들이 차린 회사 ‘지원넷’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판매해 수익을 올려 공작금 등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