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노동신문 공유해도 되나" 정동영 "국민을 청소년 취급 말라"
  •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참석해 전화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참석해 전화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북한 노동신문과 북한 관련 웹사이트 65곳을 대국민에 개방하는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신문 열람의 위법성 여부를 먼저 제기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개방 대상의 실체와 준비 과정, 청소년 보호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열린 사회'와 '국민 신뢰'를 강조하며 개방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이게 1월 10일 자 노동신문"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지금은 일반 자료로 분류돼 다 볼 수 있다"며 "국회도서관에서도 열람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단순한 열람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개방 대상과 준비 과정부터 문제 삼았다. 배 의원은 "노동신문만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65개 사이트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했다"며 "통일부가 그 사이트 목록의 URL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이트인지 정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이렇게 추진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사이트 목록 확인을 못 해봤다"면서도 "사이트 주소와 관련해서는 소관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있고 주소 자체가 정보통신망법상 유통금지 대상인 불법 정보라는 이유로 주소를 미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배 의원은 "개방을 추진하는 주체는 통일부인데 내용도 모르고 일단 개방한 뒤 뒤처리를 방송 관련 주무부처에서 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배 의원은 "그간 북한 선전물은 대남 심리전 도구로 판단해 차단해 왔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존속에 위협이 되는 소지가 있는지를 두고 최소한의 방패막을 쳐왔던 것인데 통일부가 북한 선전물의 통로가 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국가가 정보를 통제하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발상은 권위주의 시대의 발상"이라며 "닫힌 사회보다 열린 사회가 훨씬 회복력이 강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궤변"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헌법 가치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통일부나 국가는 다 보는데 일반 국민은 안 된다는 그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가 28일 국회에서 조현 외교부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가 28일 국회에서 조현 외교부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청소년 보호 문제를 두고도 질의가 이어졌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등급(PG) 제도를 언급하며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어 연령 제한을 두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노동신문과 북한 웹사이트를 중학생·고등학생이 마음껏 보고 복사해 SNS에 올려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거듭 질의했다.

    정 장관은 "우리 국민을 청소년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청소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고 요구하자 정 장관은 "노동신문을 개방하면서 청소년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통위원장은 "질문의 핵심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무분별하게 북한 선전물을 보여줘도 괜찮겠느냐는 것"이라며 "자꾸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미 VPN(가상 사설망) 등을 통해 사실상 다 뚫려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정책 추진 배경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노동신문을 못 보는 나라 국민은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이제 국민을 신뢰하고 개방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답은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지 못 보도록 막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2023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노동신문부터 시범 공개를 추진하자는 내용이 있었다"며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권영세 의원도 '우리 국민이 노동신문을 보면서 현혹되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대부분의 민주 국가가 적대 국가의 매체를 금지하지 않는다"면서 "그동안 대한민국이 유일한 나라였는데 이제 정상적인 과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