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김정은과의 대화, 중국·미국에 공유” 북핵 반대 밝혀
  • ▲ 김정은과 만나 악수를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과 만나 악수를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북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토크 시찰도 하지 않고 26일 서둘러 귀국했다. 그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정은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에게 “우리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계적 비핵화’를 이끌어낸 뒤 시간을 끌며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김정은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정은과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한반도 비핵화였다”며 “나와 그는 회담 결과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을 “꽤 열린 사람” “이야기를 나누기에 꽤 관심이 가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와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국제법 회복”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무력이 국제법을 왜곡하기 전의 상태, 즉 국제법이 통용되는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이는 오늘날 한반도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하게 다뤄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넓게 보면 ‘한반도 비핵화=북한의 핵무기 포기’가 된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같은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어느 정도 같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내일 베이징에 가는데 중국 지도부에도 김정은과 회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미국 지도부와도 이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비밀은 없다”고 말했다.

    푸틴, 北에 완전한 비핵화 요구하면서 美에 ‘北체제보장’ 촉구

    푸틴 대통령은 “우리와 미국은 사실 대량살상무기 확산 자체에 반대한다”며 “이것이 우리와 미국이 유엔 안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자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핵문제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것은 양국의 최우선 관심사라는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도 이런 관점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그저 자신들의 체제 안전을 원하는데, 이는 우리 모두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 표정이 미묘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 표정이 미묘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푸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어려워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을 꼽기도 했다. 그는 2005년 9.19 공동선언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미국과 한국, 일본이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이 때문에 북한이 합의를 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듯이, 그리고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히듯이 북한의 주권이 보장되는 것(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바로 국제법적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먼저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비핵화에 관련된 국가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주의 깊게 진전하며, 이해관계를 존중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설명으로 볼 때 푸틴 대통령에게 뭔가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 경제협력과 6자 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주장하던, 한반도 종단 가스관·철도 연결 계획도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