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망신 만회하려면 남북회담 필요… 11일 최고인민회의 전에 제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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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는 4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정부에 판문점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북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거나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 지난해 5월 26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던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 전 공사는 지난 3월3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주간 북한동향’을 통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언론들의 한국을 향한 불만이나 비방이 사라졌다”며 이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 선전매체들은 지난 3월24일까지도 한국 외교부의 ‘2019 외교업무계획’, 국방부의 ‘쌍룡훈련’과 ‘을지태극훈련계획’을 맹비난했는데, 25일부터는 한국정부를 지목해 비난하는 기사들이 사라졌다. 태 전 공사는 그 이유를 “아마 4월11일 열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소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월11일은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보지 않고 최고인민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이탈하는 새로운 길을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측에 한미 정상회담 결과까지는 일단 지켜보자고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도 미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언론이 대남 비방발언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양측 간 비공개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북한 외무성과 통일전선부 등이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3월 마지막 주에 진행됐을 외무성·통일전선부의 1/4분기 노동당 생활총화에서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미국의 속셈을 파악하지 못해 ‘최고존엄’이 망신을 당한 데 대한 책임추궁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이런 책임추궁을 피하려면 비핵화 협상동력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당장에라도 가능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 전에 판문점에서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성사시켜 실추된 김정은의 위상을 바로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한국의 ‘굿 이너프 딜’ 앞세워 미국 설득하려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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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현 시점에서 김정은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한국정부가 새로 내놓은 ‘굿 이너프 딜’과 김정은의 ‘단계적 해법’을 어느 정도 접목시킬 수 있는지 타진해 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원 포인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5월에 열린 한미정상회담 때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의 ‘굿 이너프 딜’은 미국의 ‘빅딜’이 실현 가능성이 낮고,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용 물질까지 폐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전제하는 만큼 김정은으로서는 매력적인 계획이라고 태 전 공사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한국의 ‘굿 이너프 딜’에 맞춰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제안하는 동시에 은폐항 우라늄 농축시설을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는 ‘선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당한 모멸감을 씻고,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월29일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 이후 “북한은 아직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자체평가 중인 것으로 아는데, 조만간 여러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당사자’ 입장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을 다시 재개하도록 설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