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만 출마 자제 당부… 전해철·우상호 등은 되레 親文 복심이 '출마 격려'
  • ▲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최고위원(사진)이 돌연 중앙당으로부터 6·13 지방선거 전남도지사 출마 자제 당부를 받아 지역 정가에 동요가 일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최고위원(사진)이 돌연 중앙당으로부터 6·13 지방선거 전남도지사 출마 자제 당부를 받아 지역 정가에 동요가 일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라남도 유일의 현역 국회의원인 이개호 최고위원의 전남도지사 출마를 당 차원에서 주저앉히려 해 지역정치권에 무서운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특히 만류 과정에서 "누가 나가도 이길 수 있는 곳은 현역 의원이 나가지 않는 게 맞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져, 민주당이 호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으로 괄시하는 옛 태도도로 되돌아간 게 아닌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은 최근 이개호 최고위원을 직접 접촉해 출마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이 아니더라도 선거 전망이 비슷하면 현역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누가 나가더라도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이 밑바탕에 깔린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개호 최고위원을 주저앉히려 하는 표면적인 명분은 원내 1당 지키기다.

    이날 현재 민주당의 의석은 121석, 자유한국당의 의석은 117석으로 양당 간의 의석 격차는 4석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개호 최고위원 등 당내 경선 통과가 유력한 현역 의원들이 6·13 지방선거에 나서면, 이들의 의원직 상실로 원내 1당이 붕괴되면서 지방선거 기호가 2번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이러한 설명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호남 외의 다른 권역에서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려는 현역 의원들에게는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개호 최고위원에게 취해진 '출마 자제 당부'는 커녕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자처하는 자들이 돌아다니면서 현역 의원들을 접촉하고 출마를 격려하는 등 상반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 중의 1인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최근 북콘서트에서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병두 의원을 만난데 이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출마를 천명한 박영선·전해철 의원과도 별도로 만나 교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난달말 같은 '586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전 원내대표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듣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독 이개호 최고위원에게만 당 사무총장이 나서 '출마 자제'를 당부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호남권 의원실에서 일했던 정치권 관계자는 "왜 호남만 (현역 의원 출마가) 안 되느냐"며 "(이개호 최고위원이) 비문(비문재인)이라 그런 것이냐"고 분개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개호 최고위원에게 '출마 자제'를 당부하는 역할이, 여타 현역 의원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과 접촉했던 친문(친문재인) 핵심 양정철 전 비서관이나 임종석 실장이 아니라, 같은 호남 출신 의원인 이춘석 사무총장에게 맡겨졌다는 점에서 호남끼리 서로 앙심을 품도록 하는 비정한 조치라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춘석 사무총장은 지난 2일에는 내각의 일원인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비공개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친문 핵심에서 특정인을 사실상 전남지사 후보로 내정하고 '정지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지역 정가의 민심과 당심이 동시에 술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은 이미 평정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오만한 조치를 취할 수가 있느냐"며 "민주당이 집권 1년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호남을 홀대하는 공천 전횡을 부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개호 최고위원도 '출마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과 전남도당위원장을 그대로 사퇴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전 인천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공천 논란과 관련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나타냈다.

    지난 1980년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한 이래, 25년 이상 전남도에서 어정·농업정책·총무과장 등을 두루 맡고 전남의 양대 도시인 목포와 여수의 부시장에 이어 전남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낸 이개호 최고위원은 평소 주변에 도정(道政)에 대한 강한 애착을 자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개호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춘석 사무총장으로부터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말아달라는 권고를 받은 것이 사실이나, 장기간 압도적 여론조사 1위인 후보가 불출마한다면 도민들이 납득할만한 설명과 이유가 필요하다"며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예정대로 전남도당위원장과 최고위원은 사퇴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