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기소 입증 나섰지만 기존 유죄 재확인 흐름자금 전달 증언 … 대북 송금 핵심 축 다시 부각남욱 진술·녹취 엇갈려 … 수사 조작 주장 균열확정 판결 부정·재심 회피 논란 … 정치 공방변호인 출신 참여 논란 … 공정성·정당성 도마
  • ▲ 서영교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서영교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작 기소'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강행한 국정조사가 정작 '이재명 대통령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오면서 애초 의도와는 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핵심 증인의 구체적인 진술이 오히려 법원의 기존 판단을 공고히 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무리한 증인 압박과 국조 위원들의 이해충돌 논란까지 겹치면서 국정조사의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위가 지금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다"며 "대북 송금 800만 달러의 실체는 법원의 엄격한 심리와 객관적 증거로 이미 확정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롱하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법원 판결문을 수정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사안을 조작으로 몰아가면 갈수록 오히려 기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정황만 선명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조작 기소'의 허점을 입증하겠다며 마련한 청문회는 정작 핵심 사실 관계를 둘러싼 기존 판단을 흔들기보다는 오히려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특히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축인 '북한 인사 접촉 및 자금 전달' 여부를 둘러싼 공방에서는 민주당의 문제 제기와 배치되는 증언이 공개적으로 제시되며 논란이 증폭됐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청문회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행사에 오지 않았다는 국정원 보고를 근거로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을 강하게 추궁했다. 그러나 방 전 부회장은 '리호남을 봤느냐'는 질문에 "예, 왔다. 봤다"고 답했다.

    방 전 부회장은 "(마닐라) 오카다호텔 후문 입구 쪽에서 만났다. 초저녁이 조금 지난 시간에 만났다. 회장님(김성태)이 계신 방까지 안내했다"며 당시 상황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돈이 전달된 배경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 방북의 대가로 준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이 있는 방으로 리호남을 안내했고 돈은 그 자리에서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서 위원장이 "위증하면 처벌 받는다"며 압박했지만 방 전 부회장은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 민주당이 검찰의 조작 기소의 근거를 끌어내겠다며 연 청문회에서 오히려 기존 법원 판단과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전달이라는 구체적인 증언이 반복되는 등 불리한 진술이 이어진 것이다.
  • ▲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전날 대장동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는 재수사 당시 정일권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부터 "우리 목표는 하나다. 내려가서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며 검찰이 이 대통령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담당한 정일권 부장검사는 "목표가 누구다, 목표가 누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일체의 편견과 고려 없이 실체적 진실, 사실대로만 말해 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유튜버 백광현 씨가 공개한 유동규-남욱 간의 2023년 4월 통화 녹취록은 남 변호사 진술의 일관성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을 낳았다.

    남 변호사는 국정조사에서 "저는 뭐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인데 뜬금없이 제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하고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얘기를 먼저 꺼냈을 일은 사실 만무하지 않느냐"고 말하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 유도 가능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에서 남 변호사는 "(검사에게) 처음부터 그냥 뜬금없이 3억 얘기를 했겠냐"라며 "(유 전 본부장이) '형들'한테 인사한다고 그래서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 내 돈 2000만 원을 준 것이고 그러면서 나중에 3억 원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사가 '그렇죠 그게 논리적으로 맞지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뜬금없이 큰 돈을 달라고 그러는 거는 서로 이상하지. 작은 돈이 먼저 오고갔겠지'라고 그래서 '맞다'고 했다"는 대목도 포함됐다.

    백 씨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형들'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과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당사자가 공개 청문회장에서 사법부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장면도 이어졌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징역 7년 8월을 확정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재심 등 정식 법적 절차를 통한 다툼 대신 국정조사라는 정치적 장에서 기존 판결의 정당성을 흔드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부지사는 14일 청문회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게 뭐 판결이 하나님 말씀이냐"고 맞섰다. 그는 대북 송금 사건을 두고 "국가가 폭력을 행사한 사법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재심 신청은 왜 하지 않느냐'는 신 의원의 질문에는 "기다려 보라. (재심을 신청하는 것은) 내 마음이다. 왜 의원님이 그러시냐"라고 반문했다.

    이 와중에 2차 종합특검의 권영빈 특검보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도 불이 붙었다. 권 특검보는 과거 이화영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부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인물로,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로부터 진술 회유 쪽지를 받을 당시 동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나경원 의원은 "특검보가 아니라 범죄자들의 '특급 조력자' 아니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국정조사 특위 구성 자체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이건태·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국조특위 위원으로 참여하자 국민의힘은 "부정 선수가 들어왔다"며 반발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특정 입장을 대변했던 인물이 동일 사안을 조사하는 위치에 서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건태 의원은 "이건 대장동 사건 재판을 하는 곳이 아니라 대장동 사건 때 벌어진 조작 수사 행위, 불법 수사 행위를 진상을 밝히는 청문회"라며 반발했다. 이에 서영교 위원장은 "이해충돌은 제가 점검했다. 사적 이익이 없어 대상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건태 의원과 다른 의원들은 그때 했던 일이고 이해충돌은 사적 이익이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문회가 거듭될수록 현장의 압박 수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장동 2기 수사팀 소속이었던 이주용 검사는 국조특위 증인으로 채택된 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는 "내가 죽어야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내가 떳떳함을 밝힐 길은 자살뿐"이라고 호소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이 검사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국조특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날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와 관련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라는 이름의 국가 폭력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의 국정조사가 "일방적인 호통과 인격적 모독으로 점철된 '원님 재판'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이런 무리한 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대법원의 이화영 유죄 판결은 정당했다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