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올림픽 대표팀 감독 공개 채용제출 서류에 타 종목 지도자 채용에 없는 이례적인 서약서 존재'공개 채용 결과에 대한 일체 이의 제기하지 않을 것' 강요문제 지적하자 약 7시간 후 해당 내용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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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축구협회가 올림픽 대표팀 감독 지원자들에게 요구한 서약서. 채용 결과에 대해 일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강요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5일 대한축구협회(KFA·축구협회)는 한국 남자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코치 '공개 채용' 공고를 올렸다.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이민성 감독 체제의 U-23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분리해 조기에 가동하기로 결정했다.이번 공개 채용에 나선 지도자는 2028년 LA 올림픽까지 팀을 이끌 감독과 코치다. U-20 대표팀 감독에 이어 축구협회의 두 번째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 공개 채용이다.채용 공고를 보면 서류 및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오는 5월 초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고 나와 있다.제출 서류는 총 6가지다. 남자 U-21 대표팀 감독 및 코치 지원서·남자 U-21 대표팀 운영 계획서 및 관련 자료·축구 지도자 관련 자격증 사본 일체·경력증명서·개인정보 동의서·서약서다.여기에 일반적인 채용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서류가 있다. '서약서'다.물론 채용 시 서약서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 비밀유지 서약서·겸업금지 서약서·청렴 서약서 등이 있다.하지만 축구협회가 요구한 서약서는 많이 다르다. '이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상기 본인은 (사)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남자 U21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U23) 감독 공개 채용에 지원함에 있어 제출서류 및 기재사항이 사실임을 확인하며, 만약 제출한 서류 등이 허위로 확인될 경우 채용 취소 및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질 것을 확인합니다.'이 내용은 문제가 없다. 문제를 안고 있는 내용은 다음에 나온다.'또한 대한민국 남자 U21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U23) 감독 공개 채용 결과에 대한 일체 이의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지원하는 모든 지원자에게 공개 채용 결과에 대한 어떤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게 강요한 것이다.'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이다.채용은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런 '입틀막 강요'는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친다. 채용 결과에 어떤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부정행위, 채용 비리에도 입을 닫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갑의 갑질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지원자의 정당한 이의 제기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축구협회가 공정한 절차를 어기고 입맛대로 감독을 선발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다.이런 서약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축구협회는 꾸준히 이의 제기 불가 서약서를 요구했다.지난 1월 축구협회는 첫 번째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를 공개 채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U-20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공개 채용하는 최초의 시도였다. 김정수 감독이 최종 낙점됐다.이 과정에서도 서약서를 제출해야 했고, 올림픽 대표팀 감독 지원자에게 요구한 서약서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내용이었다.축구협회만 이런 이례적인 서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종목 대표팀과 협회는 그러지 않았다.한국의 4대 스포츠로 평가를 받는 축구·배구·농구·야구 중 축구만 '입틀막 서약서'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대한배구협회(배구협회)는 지난 3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공개 모집했다.제출 서류는 지원서·결격사유 확인 서약서·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서·2026 훈련 계획서·징계 사실 여부 확인서·배구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확인서·배구 기술자 지도확인서·FIVB 코치 코스 수료증·지도자등록확인서·지도자실적 증명서·선수실적 증명서·국가대표 확인서·결격사유 확인 서약서 등이다.배구협회도 서약서를 요구했다. 결격사유 확인 서약서다. 말 그대로 지원자가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 거짓 없이 지원했다는 것을 서약하는 문서다. 어떤 문제도 없는 서약서다.대한민국농구협회(농구협회)는 지난해 9월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 공개 채용에 나섰다.제출 서류는 이력서·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확인서·지도 경력증명서·국가대표팀 운영계획서·결격사유 부존재 서약서·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서·징계사실 유무 확인서·기타 자격 또는 수상 증명서까지다.농구협회 역시 결격사유 부존재 서약서를 요구했지만, 배구협회와 결이 같다.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월 연령별(U-12·U-15·U-18·U-23·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지도자(감독) 공개 모집을 실시했다.제출 서류는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 사본·지도자 경기실적 증명서·국가대표 운영계획서·징계 사실유무 확인서·개인 정보 제공·활용 동의서 등을 요구했다.축구만 이의 제기 불가 서약서를 강요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 전체가 그러는 건 아니다. 축구협회만 그렇다. K리그 클럽은 이런 서약서를 제출받지 않았다.지난 2021년 11월 K리그2(2부리그) 충남아산FC는 이례적으로 프로 감독 공개 채용에 나섰다.제출 서류는 이력서·자기소개서·최종학교 졸업증명서·자격증 사본·지도자 경력증명서 등 5개였다. 서약서는 없다.다른 종목과 K리그 클럽 사례를 보면 축구협회만이 '입틀막 서약서'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구협회 고유의 채용 문화, 절차,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놀라운 건 축구협회는 이 서약서를 지도자 채용뿐만 아니라 사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지난 1월 축구협회는 '2026 KFA K3리그 중계방송 제작' 용역 공고를 냈고, 제출 서류에 서약서가 포함됐다.'또한 협회에서 구성한 평가위원회의 평가방법 및 평가기준에 따른 평가결과에 대하여 승복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서약합니다.'같은 시기 '2026 K3·K4리그 운영 제작물 및 행사 운영' 용역 입찰 공고에도 비슷한 서약서 내용이 들어있다.'당사는 제안서 평가를 위한 심사위원회 구성 및 심사방법, 심사결과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
- ▲ 뉴데일리의 취재와 문제 제기 후 대한축구협회는 문제의 내용을 삭제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협회만의 채용 방식은 분명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전문가 역시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데일리'는 '노무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그는 "서약서에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게 못을 박은 건, 채용 비리에도 조용히 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입막음이다. 채용 과정에서 이의 제기를 막으면 안 된다. 노동법에 대입하지 않더라도 상식으로 봤을 때, 입막음의 취지로 볼 수밖에 없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형사, 민사상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원천 차단한 것이다. 부당함이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는 게 맞다. 그런 면에서 불합리한 게 맞다. 일반 기업 채용 과정에서 이런 서약서를 받는 곳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노무사는 "채용절차법에 '채용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서 제출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하지만 채용 결과는 채용 과정의 산물이고, 채용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를 금지하는 서약서는 곧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서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강행규정으로 이루어진 법률을 서약서로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뉴데일리'는 16일 오전 축구협회에 '입틀막 서약서'에 대한 의도, 취지, 설명 및 해명을 요청했다.축구협회는 약 7시간 뒤인 오후 문제를 지적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현재 올림픽 대표팀 감독 공개 채용 공고에는 여전히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명시했지만, '또한 대한민국 남자 U21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U23) 감독 공개 채용 결과에 대한 일체 이의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가 사라진 서약서다.축구협회는 "축구협회는 대표팀 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가 제출한 경력, 자격, 증빙자료 등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운영해 왔다. 이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가 구직자의 채용 서류 거짓 작성을 금지하고 있는 취지와도 부합하며, 허위 기재나 부정확한 자료 제출로 인한 선발 절차의 혼선을 방지하고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행정적 장치다"고 답했다.이어 축구협회는 문제가 제기된 문구의 부적절함을 인정했고, 삭제 조치했다.축구협회는 "다만 기존 서약서 중 '채용 결과에 대해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지원자의 정당한 문의나 절차상 의견 제시까지 제한하는 취지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 축구협회는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지원자의 권익 보호라는 법 취지에 맞게 해당 문구를 삭제하고, 제출 서류의 진실성 확인 및 허위 기재 시 조치에 관한 내용 중심의 확인서로 서식을 정비하여 재업로드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축구협회는 "앞으로도 축구협회는 대표팀 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제출 자료의 진실성 확인과 공정한 전형 운영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서류와 절차를 합리적으로 운영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