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이 중요" 발언에 文대통령도 "경남 서부 분위기 좋더라" 화답"한국당 문닫게 해보자" 대구시장 차출론도… 선거대책회의 방불
  • ▲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6·13 지방선거의 영남 권역 승패 문제가 비중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6·13 지방선거의 영남 권역 승패 문제가 비중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 간의 오찬 회동에서, 당면한 민생·외교·안보 관련 논의보다도 6·13 지방선거 승패 관련 대화가 주로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고지인 부산·경남(PK) 권역의 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이후 한동안 인사 등에서 신경쓰는 듯 했던 호남 권역은 '주머니 안에 들어온 돌'처럼 상대적으로 무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정치권과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부산·경남과 대구 등 주로 영남의 지방선거 문제를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선거 승패 문제를 격의 없이 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찬에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강훈식 원내대변인 등 민주당 의원 17명이 참석했는데, 그 중 한 의원이 "2012년 (대선)에는 졌고, 2017년에는 이겼다"며 "딱 영남의 표심만큼 이긴 것"이라고 영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과 지난해 대선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선거다. 2012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92.0%)·전남(89.3%)·전북(86.3%) 등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영남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면서 낙선했다.

    반면 지난해 대선에서는 광주(61.1%)·전남(59.9%)·전북(64.8%) 등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크게 낮아졌으나, 부산과 울산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누르면서 승기를 잡았다.

    오찬에서 이러한 결과가 언급된 것은 호남은 이미 '평정'됐다고 여기고 다시금 영남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동진(東進) 전략으로 회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도 영남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경남 동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맞장구를 쳤고, 이야기를 꺼냈던 의원도 "서부도 곧 좋아질 것"이라고 화답하는 등 대통령의 연고지 선거 승패를 둘러싼 논의가 오찬 테이블을 점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의원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그 전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대구를 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거론하며 "대구시장 후보를 잘 내서 한국당을 문닫게 해보자"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의원은 "차출을 해서라도 대구 선거를 확실히 이겨야 한다"고 주장해, 민주당의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을 차출하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뉘앙스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남 선거 관련 논의에 대해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경청했으나,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한 '차출론'에는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간의 오찬에서 호남 권역 선거에 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에서의 정치적 경쟁구도가 사라져가고 대통령도 자신의 연고지 선거 승패에 집중함에 따라, 인사·예산 등에서 호남 홀대가 재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정치권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간의 오찬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2월 임시국회 대책과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방안 등에 관한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늘어놓았었다.

    하지만 오찬 중의 대화에서는 국정현안보다는 다가올 지방선거 승패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며 심지어 후보 차출론 같은 세부적인 전략·전술까지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는 점에서, 내심으로는 민생·외교·안보 현안보다 선거 승패와 당리당략에 무게를 두는 본모습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집권여당 원내지도부와 대통령 간의 오찬 회동에서 선거대책이 논의됐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야당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도중 "그저께(23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즐거운 마음으로 오찬을 했다고 한다"며 "PK도 여론이 너무 좋으니 다 접수하고, 대구 지면 한국당 문닫는다고 하니 대구도 접수하자고 정치의 금도를 넘는 말을 했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이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해놓고 여론과 국민정서가 안 좋으니 국면전환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요청했다"며 "청와대가 애들 장난 치는 곳이냐. 문재인 대통령은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