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화제성만 평가하면 또 콘텐츠 없는 지도자 뽑아""구체적 방법론 제시·공론화해야"… 文-이재명 등 겨냥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암묵적 동맹이 끝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향한 비판을 자제해온 야권 유력 대권주자 간 신경전이 재개될 조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20일 "정치인을 이벤트로, 화제성으로만 평가한다면 우리는 다음에 또 콘텐츠 없는 지도자를 뽑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미래일자리특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혁명'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인마다 가진 콘텐츠는 분명 장단점이 있다"며 "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모두 내용이 없다고 폄하하면 콘텐츠 없는 사람이 가장 이익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비폭력 평화혁명에서 나타난 민심은 대한민국을 상식과 정의의 나라로 바꿔달라는 것"이라며 "이제는 어떤 분야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각자 제시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국민이 그중에서 선택을 하고 여론이 모이는 방법으로 개혁이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6일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6일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국민의 헌법 의식이 곧 헌법"이라며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 외에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적(主敵)인 북한을 동맹국인 미국보다 먼저 방문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혁명' 발언을 '이벤트성'으로 깎아내린 것은, 지지도 1위를 이어가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 정국 전까지는 문재인 전 대표와 10%p 이내 격차를 유지하며 3위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치지도자 '8인 회동'을 제안했던 11월 세 번째 주에 12% 정점을 찍은 이후 8.3%까지 내려앉았다. 문재인(23.7%) 전 대표와의 격차도 15.4%로 커져만 갔다. 

    탄핵 정국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 대통령 즉각 하야에 뜻을 모으는 등, 공세수위를 조절하며 신중론을 이어가던 문재인 전 대표의 동참을 촉구했다. 선명성 경쟁은 벌였지만 야권분열을 경계하며 발언에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이재명 성남시장(14.9%)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보이며 4위로 밀려났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포퓰리즘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다른 대선 후보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도 지금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 결재' 의혹, 야권 통합 문제 등을 놓고 안철수-문재인 두 대선 주자 간 신경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이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친박계 원내대표를 뽑아 국민을 모욕하고 야당과의 대화를 원천 봉쇄했다"며 "비박 의원들 역시 깊이 사죄하고 새누리당을 해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선 "비박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 아니냐"라며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