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투표할 선거인단 향해 "호남 출신 당대표 되면 신문 제목 어떻겠나"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6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광주에서 썼던 모자를 내보이며 '비박 단일화'를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6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광주에서 썼던 모자를 내보이며 '비박 단일화'를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계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당권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마지막 고비인 '비박 단일화'를 향해 "무슨 팔자인지 모르겠다"고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이정현 의원(3선·전남 순천)은 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최종 합동연설회에서 "민심 1위, 당심 1위로 나오고 있는데 또 단일화 후보를 상대하게 됐다"며 "여러분, 나를 한 번만 더 지켜달라"고 이튿날 진행될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이정현 의원은 전날 전격적인 '비박 2단계 단일화'에 따라 단일 후보로 결정된 주호영 의원을 공격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자신이 야권 단일화 후보에게 겪은 설움을 털어놓았다.

    이정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39.7%를 얻고도 떨어졌다"며 "(호남에서) 나 한 명(의 당선)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하고 또 단일화, 또 단일화해서 39.7%를 얻은 나를 기어코 떨어뜨리더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또 단일화 후보를 상대하다니… 이게 뭔 팔자인지 모르겠다"며 "여러분, 나 한 번만 도와달라, 나 한 번만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로 '호남의 심장' 광주 서을에 출마해 39.7%를 득표했으나, 당시 '한명숙 체제'이던 민주통합당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해산된 구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화'에 따라 내세워진 구 통진당 오병윤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에 따라 지역주의의 공고한 장벽이 무너지는 것은 2년 뒤인 2014년의 7·30 재보선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날 이정현 의원이 '39.7%를 얻고도 단일화 후보에게 밀려 떨어졌던' 당시 상황을 새삼 상기시킨 것은 '비박 단일화'가 '야권 단일화'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새누리당 선거인단에게 각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마지막 합동연설에서 이정현 의원은 호남 지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자신이 새누리당 당대표가 되는 것이 당장의 여론 주목성은 물론 내년 12월 대선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의원·책임당원 선거인단의 '전략적 투표'를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정현 의원은 "만약 내가 당대표가 된다면 해방 이후 처음으로 호남 출신이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되는 것"이라며 "그 다음날 아침 신문 제목을 본 국민들이 이 드라마틱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선거인단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아가 "이곳 수도권의 호남 사람들도 호남 출신 이정현이 새누리당 대표가 됐으니 마음의 문을 열고 새누리당을 받아들이지 않겠는가"라며 "(내년 대선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 20%를 더 끌어올 자신이 있다"고 공언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