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에 조원진 이장우 강석호 최연혜 유창수… 새 지도부 '친박 일색'
  • 해방 이후 최초로 호남 출신이 보수정당 당대표의 자리에 오르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정현 의원(3선·전남 순천)이 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정현 의원은 대의원·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전체의 40.9%에 해당하는 4만4421표(40.9%)를 득표했다.

    주호영 의원이 3만1946표(29.4%), 이주영 의원이 2만1614표(19.9%), 한선교 의원이 1만757표(9.9%)로 뒤를 따랐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9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수락 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9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수락 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0년 강고한 지역주의의 벽 깨버린 데 이어 마침내 당대표까지

    이정현 의원은 이번 8·9 전당대회 선거운동기간 동안 줄곧 "하늘과 땅이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이 보수정당 당대표가 되는 것이 기적"이라고 외쳐왔다.

    자신이 당대표에 선출되는 것을 흑인(黑人)인 버락 오마바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빗대며 "미국 국민들이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를 당선시켜서 인종차별의 벽을 넘은 것만이 위대한 일이 아니다"라고 책임당원·대의원들의 '위대한 선택'을 촉구한 것이 당심(黨心)·표심(票心)을 움직였다는 지적이다.

    이정현 의원의 '기적과 같은 당권 레이스'는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부터 어느 정도 조짐이 보였다.

    당시 5명의 당대표 후보자 중 마지막 순서로 연설한 이정현 의원은 자신의 입장에서 험지(險地)나 다름없는 영남권 합동연설회라 아무런 지지자 동원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의 적지 않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호남에서 22년 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참으로 서러웠다"며 "나도 한 번 경상도 우리 당 국회의원들처럼 박수 한 번 받아보고 싶었는데, 오늘 내게 박수 한 번 보내주겠는가"라고 호소한 대목에서는, 5000여 청중들이 지지하는 후보자에 관계없이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연호를 하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9일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잠바와 면바지 차림으로 1만 대의원들을 앞에 두고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9일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잠바와 면바지 차림으로 1만 대의원들을 앞에 두고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내가 선출되면 다음날 조간 신문 어떻겠나"… '정무적 표심' 자극

    이를 발판으로 세(勢) 몰이를 하며 유력 당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뒤에는, 정치 고관여층인 책임당원·대의원들의 '전략적 투표'를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정현 의원은 6일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전당대회) 그 다음 날의 조간 신문 제목을 상상해보라"며 "드라마틱한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선거인단의 '정무 감각'을 자극했다.

    결국 4·13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침체에 빠져 있는 새누리당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에서 모종의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의원과 책임당원 선거인단의 표심이 이정현 의원에게로 쏠렸다는 관측이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9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김희옥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새누리당 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9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김희옥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새누리당 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호남삼분시대 열릴까… 여야 관계에는 '노란 불'

    해방 이후 최초로 호남 출신 인사가 보수정당 당대표의 자리에 오름에 따라,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호남 정치권은 지난 2월 국민의당 창당 이후 '양당 경쟁 구도'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호남 출신 당대표를 선출한 새누리당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이정현 의원은 전당대회 선거운동기간 동안 줄곧 "호남 사람들도 호남 출신 이정현이 당대표가 되면 마음의 문을 열고 새누리당을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호남 유권자를 20% 더 끌어올 자신이 있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호남 지역 정당 지지율 변화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내년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권도 호락호락 자신들의 '표밭'인 호남을 빼앗길 수는 없기 때문에, '호남 출신' 이정현 신임 당대표를 향해 오히려 더욱 날카로운 공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이 "초당적으로 협치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히 이끌어가겠다"고 밝혔음에도, 향후 여야 관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 ▲ 8·9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유창수 청년최고위원, 최연혜 최고위원, 이정현 대표, 조원진 강석호 이장우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8·9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유창수 청년최고위원, 최연혜 최고위원, 이정현 대표, 조원진 강석호 이장우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도부 친박 일색… 이정현 "이 순간부터 계파 없다" 선 그어

    이날 당대표와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에는 각각 조원진(3선·대구 달서병) 이장우(재선·대전 동) 강석호(3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최연혜(초선·비례대표) 의원이 선출됐다.

    조원진 의원은 3만7459표를 획득해 최고위원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함에 따라 이른바 '수석최고위원'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장우 의원이 3만4971표, 강석호 의원이 3만3855표를 득표해 지도부에 안착했다.

    여성최고위원으로는 최연혜 의원이 2만7080표를 획득해, 2만3888표를 득표한 이은재 의원을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여성 몫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청년최고위원에는 막판 단일화를 이룬 유창수 후보가 6816표를 득표해, 5655표에 그친 이부형 후보를 상대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기존 계파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8·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지도부는 친박 일색으로 구성됐다. 이정현 신임 당대표부터가 친박이며,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을 포함해 이장우 최연혜 유창수 최고위원도 모두 친박으로 분류된다. 비박에서는 강석호 의원만이 유일하게 3위 득표로 지도부에 '턱걸이' 입성하는데 그쳤다.

    다만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은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당 대표로서 당 지도부의 일원인 최고위원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당무 관련 매사를 상의하겠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비박 그리고 어떠한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기존의 계파 프레임과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