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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이 "호남 당대표"를 부르짖으며 8·9 전당대회 당권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친박(親朴) 후보가 결국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로 '교통정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무색케 하는 발빠른 행보라 주목된다.
이정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 당대표에 호남 출신이 당선된다면 그 자체가 정치혁신이고 새누리당의 대변화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곡성이 낳고 순천이 키워준 이정현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자임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은 지금 큰 위기"라며 "비상한 리더가 비상한 각오로 비상한 리더십을 발휘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리더의 자질'로 △일반 국민의 심정을 잘 알면서,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 △새누리당의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제대로 지켜낼 사람 △국민이 최고의 권력자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사람을 거론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현 여권 출신으로 호남에서 3선 고지 등정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이 "호남 출신 새누리당 당대표"의 의의를 강조한 것은, 오는 8·9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정현 의원은 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수석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친박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이런 이정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8·9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당대표 후보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로 단일화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최경환 전 부총리가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할 경우, 이정현 의원을 비롯 이주영·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 등 친박 후보들은 최고위원 경선으로 방향을 틀거나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정현 의원이 총선 이후 '배낭 토크'라며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이제 와서 당대표 도전을 접을 수 있겠느냐"며 "이정현 의원이 출마하면 나머지 사람들만 단일화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이주영 의원 등도 출마할 것이고, 결국 친박계 당대표 후보가 난립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비박(非朴)계로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도 '해볼만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는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이정현 의원은 지난 4월 중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박계 핵심 인사들을 향해 '사람으로 안 본다' '감이 안 되는 인간'으로 비판한 관계로 비박계 사이에서 평이 안 좋다"며 "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비박계 표가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