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충호 2016. 2월호 <北京 通信>

    비공개 끝장 토론과 셈법 교환 필요
    = 북한의 4차 핵실험 : 한중관계 해법을 찾기

       김 상 순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연구원/통일부 해외교육위원

      새해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월 6일 오전,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는 전 세계를 단번에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해 12월 12일, 어렵사리 성사되어 북경을 방문했던 북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와 철수에 대한 분노를 인내하던 중국은 결국 폭발했다. 그러나 중국은 다음날 무덤덤한 태도로 돌아갔다.
      한국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박 대통령의 ‘망루외교’는 호사가들의 표적이 되었다.
    미국의 중국책임론에 대한 감정적 반발도 있었겠지만, 실용주의적 손익계산이 중국에게는 감정표출보다 더 익숙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호사가들의 말처럼, 한중외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까?
  • ▲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참여했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이 김정은과 대화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참여했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이 김정은과 대화하고 있다.
      중국학계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6가지 논쟁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했던 1월 6일 중국 국제관계학계의 선도적 역할을 추구한다는 ‘궈관첸옌통쉰(國關前沿通訊)’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학계의 6가지 시각과 논쟁(中国学界关于朝核问题的六种看法极其争论)”이라는 문장을 발표했다. 이 문장은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약 3 개월간 진행된 중국학계의 북핵문제에 대한 6가지 공개적인 논쟁 즉, ▲무조건적 북한 지지론자 ▲현실주의론자 ▲현상유지론자 ▲제한적 제재론자 ▲적극적 제재론자 ▲북한 포기론자를 소개했는데,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무조건적 북한 지지론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모두 미국의 위협 때문이므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권리와 핵무기로 북한이 미국에 대항하는 것을 중국은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전통적인 이데올로기적 냉전 사고와 더불어 북한이 지정학적인 완충지대의 가치와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소수 학자들의 의견이다.
     
      둘째, ‘현실주의론자’들은 중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핵을 보유한 북한이 중국에 적군이 되는 것이 유리할지, 아군이 되는 것이 유리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다른 주변국들에게도 같은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북한 핵보유를 핑계로 일본은 평화헌법 수정과 핵개발 등으로 가장 큰 이득을 취할 것이고, 미국도 부담은 크지만 일정한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러시아와 중국 및 한국도 어떤 현실적 이득을 취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현상유지론자’들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책임은 한미에 있으므로 중국이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도 없고, 중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하지 않았으므로 중국의 정책을 크게 조정할 필요도 없으며, 중북간의 일반무역은 정상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비핵화와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중국이 북한정권을 최대한 지지하고 북한 내부의 혼란 예방에 치중해야 하며, 경제교류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제한적 제재론자’들은 중국의 대북정책에 약간의 조정이 필요한데, 중국이 이제는 무조건 북한을 옹호할 수 없으므로 핵실험 반대와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이므로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 한미와 협력하여 강력하게 제재할 수도 있고, 우호적으로 대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적극적 제재론자’들은 중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한 것이지만, 북한의 핵 보유는 중국에 부정적인 작용을 하므로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관점들은 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아직 이러한 주장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섯째, ‘북한 포기론자’들은 중국이 북한 원조를 완전히 중단하고 한미와 함께 북한을 제재해야 하며, 심지어 한국에 의한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자유주의학자들의 관점으로 네티즌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요약하면, 북한의 완충지대적 가치는 이미 상쇄되었으며, 허구적인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사고를 버리고 중국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선도해야 한다지만, 역시 소수 학자들의 의견일 뿐이다.

      여섯 가지의 다른 시각은 순서대로 북한에게 유리한 측면에서 점차 한국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구분되지만, 남북한 각각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각은 소수 의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혁개방의 성공으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점차 한국에게 유리하게 변해 왔지만, 혈맹이라는 중북관계에서 이제 겨우 우리가 중국을 균형점에 세운 것이다. 즉, 중국의 전통적 특성대로 남북한 등거리 외교의 ‘실용적 셈법’은 향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한중외교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균형점에 이른 것 자체가 1차적인 성공이고, 이제 다음을 준비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 ▲ '중조우위교' 간판이 붙어있는 압록강 다리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화물 트럭들.
    ▲ '중조우위교' 간판이 붙어있는 압록강 다리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화물 트럭들.

  4차 핵실험 이후 중국학자들의 조언은 '국익 극대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중국학자들의 예측과 조언을 살펴보면 우리의 생각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중국의 대북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의 강도를 높이지도 식량원조의 감소도 없을 것이다. 4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은 2차(2009년)와 3차(2013년)보다 약했고, 북한정권의 붕괴는 중국에게 더 큰 위협이므로 계속 북한에 대한 원조와 지지를 유지할 것이다. 
  둘째, 중국의 정책은 ‘현상 유지’와 ‘제한적 제재’의 사이에 있다. 제재는 진행하되 기본적으로 표면적일 뿐이고, 한반도 급변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군사적인 대안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제한적 재재'의 방향으로 기울겠지만, 중국이 '적극적인 제재'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북한 핵실험이 중북관계 악화의 원인이 아니며, 중북관계의 악화가 북한 핵실험의 원인도 아니다. 2012년초 김정은 집권과 2013년말 장성택 처형이 중북관계 악화의 원인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이미 정해진 정책으로 어떤 국가도 막을 수 없고, 중국이 어떤 정책을 취해도 북한은 할 것이다. 중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중국이 표면적으로 질책하겠지만 실제는 여전히 북한을 지지하고 식량을 원조할 것이다.
  넷째, 중국의 대북정책은 이데올로기와 북한정권의 정통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현실주의 정치에 있다. 북한 핵무기개발이 중국의 안보환경에 영향을 주지만, 북한의 혼란이나 정권붕괴는 중국에게 더 큰 위험이다.
  다섯째,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중국이 겉으로만 “절대 반대”를 외칠 뿐, 달리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중국의 손실을 줄이고 각국의 모순을 이용하여 중국의 국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중국학자들과 우리의 판단은 확연히 다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서 이전과는 다른 몇 마디의 변화를 근거로 중국의 강력한 불만이 태도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는 기대로 끝났다. 노여움의 표시는 이전과 달랐으나, 불만의 강도가 오히려 약했다는 중국학자들의 판단은 시사점이 크다. 처음부터 오판으로 기대를 가진 것도 우리이고, 실망하고 내부 비판에 자멸하는 것도 우리의 자화상이다. 중국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한중간의 외교는 감정이입이 거부됨을 이번에 체험한 셈이다.
  • ▲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 외교는 호사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 외교는 호사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지난해 9월 3일 중국 북경의 천안문의 망루에 올라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지켜보는 박 대통령>
     
    중국에게는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셈법' 제시가 우선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은 언제나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3대 원칙을 강조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반대에 대한 중국정부와 학자들의 의견은 같지만, 어떻게 반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3대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둘째, “3대 원칙을 동시에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혹은 어떤 것에 우선적으로 치중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쟁점에 대한 중국학자들의 논쟁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무조건적인 북한 지지를 주장하는 ‘친북한파’는 이미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이번 2016년 1월의 제4차 핵실험으로 거의 수명을 다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반대로, 북한 포기론을 주장하는 ‘친한파’의 주장도 네티즌들의 상당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역시 소수파라는 점이다. “시대의 변화로 북한은 지정학적 완충지대에 대한 가치보다 이제는 중국의 전략적 부담이 되었다. 북한도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하므로, 중국은 북핵문제와 대북원조에 있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하고, 중한관계의 발전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전략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들의 의견은 우리를 분명 설레게 한다.
      그러나, 일부 한국의 인사들이 중국의 ‘북한 포기론’에 고무되어 마치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오판의 극치라는 생각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실용주의적인 국익의 손익 여부를 신중하게 계산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우리만의 생각에 집착된 ‘공동이익론’이나 ‘대박론’ 등에 근거하여 ‘논리 전개’를 통한 ‘설득’이라는 허구적인 접근법은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한다. 망상과도 같은 감정이입이 아니라, 그들의 실용주의적인 ‘셈법’과 ‘고민’에 대한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국의 강력한 북한제재 참여를 한미가 요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가치만 높이는 셈이다. 또한 중국을 자극하는 책임론과 같은 방법은 중국의 반발로 대북 제재라인을 분열시키고, 오히려 북한에게 유리하다. 중국 스스로 강력한 제재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
  • ▲ 중국의 대북정책은 이데올로기와 북한 정권의 정통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현실주의 정치에 있다.
    ▲ 중국의 대북정책은 이데올로기와 북한 정권의 정통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현실주의 정치에 있다. <사진:1950년대 김일성과 모택동
     
    중국의 원칙과 논쟁이 해법의 출발점

      중국이 3대 원칙을 지킬 수 없을 경우에 답이 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차선책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우선순위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3대 원칙을 지킬 수 없는 적절한 시점에서 미리 준비된 다양한 차선책을 중국의 반응에 따라 순차적으로 중국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한 한중 공동 ‘위기 대응론’의 구상에 대한 준비된 제안은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전략이 될 수 있다. 한중 양국이 우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전략적 차선책을 공동으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예측불허하고 불특정한 북한 급변사태나 돌발사태에 대한 후유증은 분명 모두에게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 이 점은 중국의 실용주의적인 셈법을 스스로 동원하도록 하는 방법의 하나이고, 중국 스스로 셈법을 내보이도록 하는 방법에 해답이 있다는 생각이다. 한중간에 비공개 끝장토론을 전개할 때이고, 주판을 꺼내들고 이제 서로의 ‘셈법’을 교환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월간 충호 =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