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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원유(原油) 거래 금지, 중국은 동참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북한을 제외한 당사국 간의 5자회담 개최'에 대해 미국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발언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당사국들과의 공조가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유용한 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외교부-국방부-통일부 3개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6자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국 측의 지지 입장을 접한 뒤, "북핵 6자회담 틀 내에서 5자가 대북 압박을 강화하자"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후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제재안 결의'에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중국 등 관련국에 타진했다.
북한을 제외한 한-미-일-중-러 5개국 간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한 미국이 5자회담에 이어 원유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대북 제재 초안에는 석유 금수 외에도 북한산 광물의 수출 금지, 북한 유일의 국적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다른 나라 영공 통과 차단 등도 담겨 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이 중단될 경우 김정은 정권이 붕괴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전체 원유 수입의 99%, 대외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다.
특히, 북한은 중국 단둥(丹東)의 송유관을 통해 수입한 원유를 신의주 붕화화학공장에서 정제해 사용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송유관을 차단하면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석유제품의 공급이 일시에 끊기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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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해 2월 14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경우, 일반 수송 부문은 물론 군사 부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회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인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물가가 치솟으면서 사회 불안으로 내부 폭동이 일어나는 등 북한 사회가 붕괴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또한 군용 트럭과 탱크 사용이 전면 중단되고 군함과 군용기 운용에도 영향을 미쳐 군사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원유 공급을 전반으로 줄여도 북한이 아비규환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당시 원유 공급량을 일부 줄여 북한을 압박한 적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대북 레버리지로 적극 이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미국이 내놓은 대북 제재안을 중국이 수용할지 여부다.
일단 중국 측은 미국의 대북(對北) 제재 요구에 대한 답변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과 의견을 조율하고자 오는 27일 직접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없어지면 한-미-일 공조 체제에 포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중국을 미국이 어떻게 설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국 내 사드 배치를 포함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한국이 가입하는 상황은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당장 북한 원유 공급 제한을 꺼려하면서도 한미동맹 강화는 더욱 싫어하는 중국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