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이유여하 막론하고 5분6열 패배의 길로 치닫는 현실은 고통"
  • ▲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전 대표가 이희호 여사를 방문했다. 이희호 여사는 앞서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대표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안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DB
    ▲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전 대표가 이희호 여사를 방문했다. 이희호 여사는 앞서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대표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안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DB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는 안철수 전 대표가 4일 이희호 여사 방문해 25분간 대화를 나눴다.

    지난 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방문에는 각각 15분과 8분씩 공개대화만 나눴던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전 대표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새해 인사차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방문해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안철수 의원은 "여사님께 새해 인사 드리려고 왔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희호 여사는 "악수하면 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침대에서 넘어져 손에 깁스를 한 이 여사에 "몸이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좀 나아지셨느냐"고 물었다.

    이 여사는 "나아졌는데 여기가 분질러졌다"면서 "넘어지면서 의자를 붙잡아서…지금은 괜찮다"고 답했다.

    이희호 여사는 최근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이 여사는 두 명에게 부축을 받으면서 움직였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와 면담을 끝낸 후 실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상황에서는 비틀거리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와의 면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풀려갔다. 이 여사는 안 전 대표의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꼭 이루겠다"는 신당 창당 각오를 듣고는 "잘하시겠죠"라고 화답했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이희호 여사와 20분간 비공개로 독대했다. 당초 기대됐던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이 여사와 환담을 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희호 여사가 안 전 대표를 소위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4.29 재보궐 선거로 호남 민심 이반이 확인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동교동계로 분류할 수 있는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 남아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로서도 더 이상의 탈당을 막기 위해 동교동계를 붙잡아 둘 필요가 있다. 애초 문 대표가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러 간 것도 호남 끌어안기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문 대표로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긍정적 대답을 들어야 했지만 이희호 여사는 문재인 대표와 공개로 8분 정도 대화하는 데 그쳤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우리 당이 더 단단하게 단합되고 더 크게 통합되도록 여사님께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이 여사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 여사는 이후에도 손가락이 부러졌다는 대답 외에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확연히 온도 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희호 여사와는 15분가량 대화를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더더욱 두드러진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여사가 사실상 문 대표를 '박대'한 것으로 풀이하는 이유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특히 수십 년 만에 정의와 승리의 통합을 해오던 호남에서 5분 6열 패배·분열의 길로 치닫고 있는 현실은 (저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며 "총선과 정권교체의 순간이 다가오는 지금,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1야당의 분열은 불행한 일"이라는 글을 남겼다.

    정치권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탈당 행렬이 이어질수록 통합을 외치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문 대표가 호남 끌어안기를 위해 이희호 여사를 찾았지만, 되레 냉담한 호남의 분위기만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