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짜리 전투신 동영상만 보고, '관광기여도' 최고점 매겨

  •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 Age of Ultron)'의 국내 로케이션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으나 정작 관광 홍보에는 활용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어벤져스2'의 제작사인 마블사와 한국관광공사, 영화진흥위원회등 5개 기관은 영화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을 지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마블사는 한국 정부로부터 26억 7,000만원을 지원 받는 대가로 ▲영화의 일부 영상을 활용한 '홍보영상 제작'을 대한민국에 허용하고, ▲한국 홍보를 위한 '특별 영상'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제출한 '마블사와의 MOU 및 비밀유지계약서 검토 관련 법률자문 회신자료'에 의하면 당초 관광공사는 영화 개봉 시기(2015년 4월 23일)에 맞춰 어벤져스 영화를 활용한 '국가 홍보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마블사는 "개봉 전 영상 유출을 할 수는 없다"며 관광공사 측에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을 요구했고, 관광공사는 이를 검토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만 허송 세월을 보내다, 정작 중요한 홍보 시기를 놓친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공사가 마블사로부터 '특별 영상'을 받은 것은 이달 초였다.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어벤져스2'의 개봉과 맞물려 대한민국을 홍보하겠다던 당초 계획이 시작부터 허물어진 것.

    게다가 마블사가 보내온 영상 자료는 관광 홍보를 위해 사용하기엔 '부적절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인기 외화라는 점에만 눈이 팔려 귀중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

    정진후 의원은 "'마블사와의 MOU 및 비밀유지계약서 검토 관련 법률자문 회신자료'를 살펴보면, 마블사가 관광공사 측에 건넨 Behind the Scenes 영상을 미리 살펴본 담당자가 '효용성이 떨어지고 쓸만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며 "단기 성과에 급급해 외국영화의 한국 로케이션이라면 무조건 지원해주고 보자는 식의 현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 "경제효과만 2조원" 장밋빛 전망
    관광객 수 62만명 증가, 연간 876억원 추가 수익 기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3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국내 촬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이번 촬영을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 ▲국내 스태프 일자리 창출 ▲선진 영화제작 노하우 경험 ▲향후 국내 촬영 활성화 계기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구체적으로 4천억원에 이르는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영화 상영으로 인한 광고 효과가 1,566억원 ▲영화 외 기타 미디어 노출로 인한 간접 홍보 효과가 2,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었다.

    이와 함께 ▲촬영 이후 관광객이 늘어나 연간 876억원 가량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기타 모든 수익을 합산할 경우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어벤져스2'로 인한 '대한민국의 홍보 효과'는 평가하기조차 힘들 만큼 미미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대규모 폭파 장면에 묻혀 의미없는 '뒷배경'이 되고 말았고, 당초 기대했던 한국에 대한 긍정적 묘사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

    반면 상습 정체 구간인 마포대교, 청담대교, 강남대로 인근이 장시간 통제되는 바람에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을 초래, 유·무형적 피해가 상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진후 의원은 "'어벤져스2' 촬영으로 국가브랜드가치가 2조원, 관광홍보효과가 4천억원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다 늦은 시기에 효용성이 떨어지는 영상만 받고 말았다"며 "촬영 영상을 활용한 '한국관광 홍보'는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 "관광홍보 효과 제로"
    알면서도 '관광기여도' 최고점 매겨


    한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을 통해 마블사에 26억 7,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심사하면서 해외관광객 유치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 '관광기여도' 항목에 최고점을 매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식 의원은 "당시 마블사는 보안상의 이유로 시나리오 제출을 거부하고 9가지의 문건만 심사 자료로 제출했는데, 당시 영진위는 서류를 반려하지도 않고 마블사의 시나리오 제출 거부 의사를 그대로 수용하는 굴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마블사가 시나리오 대신 건넨 자료는 전투신을 담은 9분짜리 스토리보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관광홍보 효과가 없다는 점이 나타났는 데에도, '관광기여도' 항목에 심사위원 절반이 만점을 줬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

    이와 관련, 조 의원은 "9분짜리 전투신만 보고, 국민 혈세 26억원이 외국 회사에 지원됐다"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