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희망시대 "文 정무판단 착오… 호남 민심 오도 책동 중단해야"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2일 신당 창당 세력을 향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당원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2일 신당 창당 세력을 향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당원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왜 이제서야 신당 움직임에 대응하기 시작했을까.

    새정치연합 관계자라면 누구나 '탈당' '신당' 분당' 등을 화제로 한 번쯤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신당 창당은 상수(常數)"라고 단언할 정도다. 신당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문재인 대표가 갑자기 신당에 강하게 대응하고 나서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22일 '당원께 드리는 글'을 발표해, 탈당과 신당 창당 움직임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 20일 중앙위에서의 혁신안 의결을 높이 평가하며 "단언컨데 분당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혁신을 거부하고 변화를 회피하는 이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 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지, 분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당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분당·신당·탈당 모두 아니라고 말해달라"며 "지역 정서에 기대어 분열로 정권교체의 희망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민심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맥상으로 보면 혁신안의 중앙위 의결을 국면 전환용으로 삼아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준엄한 경고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사무총장 폐지 혁신안이 그렇게 혁신적이지도 않고, 무슨 거대한 전환점이나 변곡점도 아닌데 문재인 대표가 이를 대단한 성과인양 내세우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22일 열렸던 창당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표는 참석한 당의 원로·상임고문들을 상대로 중앙위 혁신안 의결을 자랑했지만, 고문들은 모두발언에서 그에 관해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2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무총장 폐지를 하고 5본부장으로 분할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대표"라며 "오히려 과거의 제왕적 총재로 돌아가게 됐다"고 중앙위에서 의결된 혁신안을 평가절하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당원께 드리는 글'이 나온 것일까. 문재인 대표 스스로는 혁신안의 중앙위 의결이 큰 변곡의 계기가 된다고 믿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신당 움직임이 들끓고 탈당이 잇따르는데도 친노가 '나갈 사람은 나가라'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문재인 대표가 엉거주춤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친노들이 어떤 경우에도 놓지 않고 있다"며 "나갈 사람 나가라, 탈당한 사람 잘 된적 없다, 이런 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고 질타했다.

    당의 대표로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을 추스리고 다독이며 설득해야 함에도 그런 모습을 지나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또 이러한 비판을 누구나 일리 있다고 생각할 지경이 되자, 결국 문재인 대표가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원기 고문도 전날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자문회의에서 "당을 책임지고 이끌고 있는 분들도 그런 일(탈당과 신당 창당)이 벌어지는 데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며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권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다만 신당 창당 움직임에 강력히 제동을 걸려고 한 '당원께 드리는 글 2탄'이 얼마만큼 뜻한 바 효과를 발휘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꼭 그렇게 (당원께 드리는 글의 내용대로)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두렵다"고 꼬집었다.

    친노패권주의에 질려 이미 탈당한 세력은 '당원께 드리는 글'에 설득되거나 회유되기는 커녕 오히려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탈당한 전 당직자·당원 100여 명이 주축이 된 중도개혁 신당 창당 준비 모임인 국민희망시대의 정진우 회장은 문재인 대표의 '당원께 드리는 글'과 관련해 "호남 민심을 오도하는 책동"이라고 논평했다.

    정진우 회장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한 혁신과 변화의 길을 가지 않고 신당 세력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국민희망시대는 친노패권주의자들의 음해에 굴복하지 않고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민희망시대 임종천 대변인도 "새정치연합에서 더 이상의 탈당은 없다는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한 발언은 정무적 판단의 착오"라며 "패권주의로 패거리 정치의 부흥에만 목적을 둔다면 대안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묵시적 지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