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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들이 당의 지지를 추락시킨다"며, 최고위원들 간의 갈등으로 소란스러운 당내 분위기를 인정했다. 이용득 최고위원과 유승희 최고위원의 욕설 파문에 따른 지적이다. 문 대표는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해서도 당이 헛스윙을 하는 듯한 기류를 직감한 듯, 다른 현안으로 눈을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24일 진행된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고위원들께 한 말씀 하겠다"고 운을 뗀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는 우리 당의 얼굴이고, 최고위원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개인이 아니라 당을 대표해서 하는 것"이라며 "그에 걸맞게 책임과 품격을 지켜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해서 최고위가 오히려 당의 지지를 추락시키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엊그제 비공개 회의에서 또다시 민망한 상황이 벌어져서 최고위가 비판의 대상이 된 건 매우 유감스럽고 부끄럽다"며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늘 배려하고 금도를 지켜야하므로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들 간에 언성이 높아지고 고함이 있었다"며 "다양한 의견이 보장되는 당내 문제가 위압적인 방법으로 의견이 표출된 것에 대해서 최고위원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같은 지도부의 지적은 지난 21일 유승희·이용득, 두 최고위원의 마찰이 발단이다. 이날 유승희 최고위원이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주장하자 이용득 최고위원은 "왜 당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느냐, 당이 싫으면 떠나면 되지"라고 호통쳤다. 이에 유승희 최고위원이 "왜 반말을 하느냐"고 물러서지 않자 이 최고위원은 다시 "XX, 내가 반말도 못하느냐"며 욕설을 내뱉은 바 있다.
문재인 대표의 지적대로 욕설 파문 이후 24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기관의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직전 주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논란이 커지자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반성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말씀이 있었는데, 새겨듣고 앞으로 품격을 지키는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겠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유감표명도 있었는데, 죄송하다. 이제 방법을 달리하겠다"며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어쨌든 더 드릴 말씀은 생략하고 이제 시원한 정치가 되는데 일조를 하겠다"고 발언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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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욕설 언쟁은 이용득 최고위원의 공개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당을 이끌어가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부담의 추를 얹고 가는 것이 사실이다. 문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상황은 또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의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사찰 관련 마티즈 차량 조작 의혹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마티즈 차량과 경찰이 CCTV로 공개한 마티즈 차량이 다르다는 의혹을 번호판의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빛 반사로 인한 착시 현상임을 증명했으며, 여기에 추가로 국과수에 의뢰해 의혹을 불식시키는 상황이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발표돼야 사실관계가 명확해지는 상황이지만, 여론은 전병헌 최고위원에게서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이렇다할 문제점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문재인 대표는 관련 사건에서 시선을 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국정원 문제는 (당이)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중심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때문에 기존의 현안들을 잊거나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특별조사위 문제를 언급한 뒤 "성완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부실로 끝난 만큼 빨리 특검을 해야 한다"며 "기약없이 시간을 끌 수 없는만큼 특검을 도입하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메르스 대란도 이제 정리 단계로 가고 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된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장관을 비롯해 보건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가 국정원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여타 현안들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은, 지속된 슛팅에도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탈피하고 정쟁을 주도하기 위해 출구 전략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