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합쳐 새누리당에 대항하고, 비난 여론은 나눠받자는 복안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손을 내밀고, 문재인 대표가 이 손을 넙죽 잡은 것을 놓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24일 예방했다. 지난 18일 정의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여야 양대 정당의 대표와 접견하는 일정의 일환이었다.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의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고 있는 심상정 대표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여러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문재인 대표의 만남은 여러 모로 시사점이 있었던 회동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예방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더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문재인 대표를 격려했다. 심지어 "힘을 내요 슈퍼파월~♬"이라며 심상정 대표가 직접 문재인 대표에게 노래를 불러주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표도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월 1회 정례 회동 제안에 "이 자리에서 좋다고 답을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일반적으로 세력이 작은 쪽에서 세력이 큰 쪽에 손을 내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세력이 큰 쪽이 작은 쪽이 내민 손을 덥썩 잡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날 만남은 원내 130석의 제1야당 당수와 원내 5석의 비교섭단체 대표 간의 만남이라고 보기에는 이례적일 정도로 화기애애했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양자 간의 만남이 이토록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띄었던 것은 왜일까.

    총선을 8개월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무기로 강공을 취해 오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3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에 공식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 수용을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이 "공천권 문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동조하고 나섰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표로서는 사면초가에 처한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듣는 처지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 때 오픈프라이머리와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통해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었다.


  • 지난 2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역시 정당혁신 방안으로 제시해왔었고 여야 당 혁신위에서도 다뤄졌던 내용들"이라며 "정파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정치혁신과 정당혁신의 결실을 거둬주시길 기대한다"고 지지했었다.

    그런데 정작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말바꾸기 논란도 논란이거니와, 호남·비노 공천 학살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 다행히도 심상정 대표가 찾아와줬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일관된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의당이 가세하게 된 것은 문재인 대표로서는 적시에 찾아온 천군만마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회동에서 문재인 대표와 심상정 대표 사이에 주로 오픈프라이머리 등 선거제도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것이 그 반증이다. 

    문재인 대표는 심상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강조한 오픈프라이머리는 문제가 많다"며 "모든 정당에 대해서 모든 지역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건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신인들을 위한 선거구 개편이 필요하다"며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들을 위한 제도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선거구 개편이 함께 수반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심상정 대표도 문재인 대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야권 단일안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양자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향후로도 한동안 문재인~심상정 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지율이 흔들리는 문재인 대표가 야권의 유일한 대안으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심상정 대표를 일단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야권의 수장으로 힘을 합쳐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리더십을 강조하고, 야권 전체의 유일한 대안으로서 이미지를 굳히는데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반대 여론의 비난도 나눠 받는 효과는 덤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문재인 대표를 둘러싼 각종 지지율 추세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문재인 대표가 그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