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도 모르는 정무 판단의 주체…전해철·양정철·이호철·정태호 등 거론
  • ▲ 당의 공조직을 무시한 채 비선 라인의 정무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직면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당의 공조직을 무시한 채 비선 라인의 정무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직면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당대표회의실을 박차고 나가기 직전에 남긴 고언(苦言)이 주목받으면서, 새삼 문재인 대표의 이른바 '비선 라인' 존재 유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 패권주의의 또다른 이름은 비공개"라며 "모든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들이 모르는 것이라면 당원들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도 덧붙였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전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표의 행보 하나하나는 상당한 충격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알려지는 의사결정구조로는 계속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소위 광주행을 낙선 인사차 간다든지 하는 일들은 정무적으로 심각한 하자가 있는 판단"이라며 "그러한 판단과 결정이 어디서 이뤄지고 있는지를 찾아서 바로잡지 않으면 실수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표에게 이른바 '비선 라인'이 존재해, 공조직인 최고위원회 대신 정무적 판단과 결정이 비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대선도 실패했던 정무적 판단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대표를 보이지 않게 보좌하고 있다면 당대표로서 성공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이 만약에 남아 있다면 대표로서도 당을 공조직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까지 낳은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어가면, 문재인 대표가 당의 공조직을 무시하고 '비선 라인'에 의존해 정무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의심에 닿게 된다.


  • ▲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를 제쳐둔 채 정무적 판단에 하자가 있는 비선의 보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사진 오른쪽)과 전병헌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를 제쳐둔 채 정무적 판단에 하자가 있는 비선의 보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사진 오른쪽)과 전병헌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과연 문재인 대표에게 정말 '비선 라인'이 따로 있을까.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새삼스런 문제 제기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당 대표의 일정은 곧 당의 일정이며, 그래서 당대표의 언행에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이라며 "정무적으로 중차대한 일정이 최고위원들조차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4·29 재·보궐선거 과정에 있었던 문재인 대표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긴급 기자회견과 재보선 직후 광주행 일정 등을 꼽았다.

    그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총선 공천과 대선 때부터 말이 많았다"며 "따지고보면 '비선' 문제에 대해 음으로 양으로 문제제기가 있어 왔으나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새정치연합의 당직자는 "선거를 잘 치렀으면 모르겠으되, 문재인 대표가 후보였던 지난 대선부터 이번 4·29까지 패배를 거듭해 당이 흔들리고 있지 않느냐"라며 "패인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데,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냉정히 분석하자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이 당직자는 "최고위원들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몇몇 비선에 의존하다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스텝이 엉켜 넘어진다"며 "이러니 친노패권주의라는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비선 라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사진 왼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비선 라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사진 왼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렇다면 전병헌 최고위원이 정조준한 이른바 '비선 라인'은 구체적으로 누구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사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을 거론한다. 4·29 재보선 와중에 결정적으로 정무 판단을 그르친 사례로 평가받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은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할 때 민정수석으로 함께 일했다는 점도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배경이다.

    다른 일각에서는 "전해철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수면 위로 드러난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선이 아닌 일반적인 최측근이라며, 비선으로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언급한다. 이들이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과 '3인방'을 이루며 문재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것이다.

    다만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전병헌 최고위원이 정조준한 이른바 '비선 라인'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모르기 때문에 비선(秘線) 아니겠느냐"며 "알면 바로 지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비선의 유무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친노, 자기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