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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최고위원이 또 당 내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번에 포격을 당한 당사자는 유일한 호남 지역 최고위원으로, 그간 당내에서 호남 민심을 대변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이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집권여당을 공격하는 '당 대포'가 되겠다며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또 한 번의 '막말'로 오발탄을 쏜 모양새다. 특히 이날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처음으로 공식 회의 석상에 등장한 자리라는 점에서, 축제의 자리에 재를 뿌렸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을 쫓아내는 선봉장 역할을 맡음에 따라, '당 대포'라는 게 친노 계파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고 쏘는 '막말 대포'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앞서 4일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승용 최고가 틀렸다"며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조롱한 바 있다.
그는 "공개·공정·공평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 친 것은 문제"라며 "자중자애하고 단결하는데 일조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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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지금까지 내가 발언한 것에 대해 사사건건 SNS를 통해 비판해온 것도 참았다"며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쳤다?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치욕적"이라고 맞받았다.
나아가 "공개석상에서 말을 들었으니 공개석상에서 말한다, 나만 비공개로 하느냐"며 "나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도 사퇴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오른손을 붙드는 문재인 대표의 손길을 뿌리친 채 퇴장했다.
이후 정청래 최고위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내가 옳지 못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것도 자유"라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사과 가능성을 일축했다.
만일 주승용 최고위원이 끝내 사퇴 의사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에는, 선출직 최고위원의 궐위시 공석으로 비워두도록 한 당헌·당규에 따라 후임 최고위원을 별도 선출하지는 않는다.
최고위원회 내에서 호남 민심을 대변해 온 유일한 호남 지역 최고위원인 주승용 최고위원의 자리가 궐위되면,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천정배 의원이 당선되면서 동요하던 호남 민심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이반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