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문재인 사퇴하라는 요구 있다. (당원 요구대로) 스스로 선택하라"
  • ▲ 지난달 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역에서 열린 정기 참배에 권노갑 상임고문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달 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역에서 열린 정기 참배에 권노갑 상임고문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파동을 계기로 당내에 긴박한 움직임이 촉발되고 있다. 야권발 정계개편 현실화 여부가 중대 기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당내 비노(非盧, 비노무현)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8일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파동이 일어난 직후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노갑 고문은 4·29 재·보궐선거 참패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노갑 고문은 이날 저녁 이훈평·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 명과 만찬 회동을 가졌으며,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양자 간의 회동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나 여겨지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저녁 TV조선에 출연해 "(4·29 재보선 참패로 문재인) 대표의 면전에서 직간접적으로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도 있다"며 "나 역시 문재인 대표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가) 혁신을 해서 국민 앞에 다가가겠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도 당원도 특히 호남 출신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것으로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내가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문재인 대표가 결정을 잘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가 당을 살리는 길을 선택하고, 스스로 대권 후보의 길로 들어가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 4·29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방송 출연 등 공개 석상에 등장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29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방송 출연 등 공개 석상에 등장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 뿐 아니라 친노(親盧, 친노무현) 그룹 전체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다행인 것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노에서 당선됐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상당히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비노 당선=건강한 생각'으로 등치시키면서 친노의 '불건강한 행태'를 꼬집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내 비노 그룹과 권노갑 고문을 위시한 동교동계가 문재인 대표 체제에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직 분명치는 않은 상황이다.

    야권의 정통한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파동을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늘 만남이나 동교동계 회동도 그 때문에 대단히 격앙돼 있는 분위기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비노 중 김한길계로 분류되지만, 매주 화요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리는 DJ 묘역 참배에도 부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등 동교동계와도 깊은 교류와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고위원 중 유일한 호남 지역 최고위원으로 호남의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상징성도 간과할 수 없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주승용 최고위원은 호남 유일의 최고위원으로 수석최고위원"이라며 "그러한 것(사퇴 파동)까지 나갔는데 과연 문재인 대표가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라고 사태의 수습 방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가 정청래 최고위원 등을 앞세워 비판의 목소리를 폭언과 막말로 억누르려는 태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습이 다음 주초까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야당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이 다음 주초에 문재인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는 수준의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로 촉발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을 문재인 대표가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가 당 정상화 여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