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맞춤형 공약 주효… 여권 하나로 뭉치게 한 김무성의 리더십도 빛나
  • ▲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 배우자 유정미 여사가 29일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받은 채 지지자들의 환호성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 배우자 유정미 여사가 29일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받은 채 지지자들의 환호성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29일 저녁 11시 15분 개표가 종료된 가운데 득표율 43.9%(3만3913표)를 획득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34.2%, 2만6427표)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20.2%, 1만5569표)를 따돌렸다.

    당선된 오신환 후보는 관악구 내에 소재한 당곡 초·중·고등학교를 나왔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했다. 한예종 출신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연극 배우를 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배우 장동건, 탤런트 이선균이 오신환 후보와 한예종 동기다.

    2006년, 36세의 나이로 최연소 남성 서울시의원이 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2010년 관악구청장 선거에서 패한데 이어,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야권연대'를 이룬 구 통진당 소속의 이상규 전 의원 앞에서 분루를 삼켰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야권 세력에 설욕하면서 초선 의원이 됐다.

    서울 관악을은 1988년 소선거구제 실시 이후로 한 번도 현 여권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지역이다. 친노 핵심인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이 이 지역에서 내리 5선(13~17대)을 했으며, 18대 총선에서는 같은 당의 김희철 전 의원이 당선됐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선거구민의 염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치열한 삼파전 속에서 오신환 후보에게 당선의 영예를 안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해찬 의원을 5선 의원에 국무총리로까지 만들어준 서울 관악을이지만, 이 지역은 그 사이 낙후와 정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관악구는 특히 발전이 늦은 지역이지만, 그 중에서도 서울대입구역을 끼고 있는 관악갑과는 달리 관악을은 더욱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힌다.

    27년 야당 독주에 마침표를 찍은 이번 보궐선거의 의미는 지역 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오신환 후보도 선거운동기간 중에 "중앙정치·이념정치에 관심 없고 생활정치·민생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해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사법시험 존치 △경전철 신림선 조기 착공 △강남순환고속도로 조기 완공 등 지역맞춤형 공약은 유효적절한 승부수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적절한 지원과 리더십도 빛났다.

    김무성 대표는 오신환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승인했다. 사법시험 존치의 경우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이 변호사법 개정안으로 발의했고, 지역의 숙원 사업인 강남아파트 재개발은 이군현 사무총장이 이른바 '오신환 특별법'으로 발의했다. 이렇듯 당선조차 되기 전에 공약부터 실천되는 모습이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와닿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신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위원직을 약속하고, 당내 경선에서 석패한 김철수 양지병원장에게 20대 총선 비례대표 임명을 선언함으로써 여권을 하나로 뭉치게 한 것도 김무성 대표의 빛나는 리더십이었다. 이에 따라 사분오열된 야권과 달리, 여권은 이 지역에서 부족한 힘이나마 하나로 똘똘 뭉쳐 승부할 수 있었다.

    야권 성향 표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로 갈라진 것도 오신환 후보의 승리의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년 뒤에 실시될 20대 총선에서 야권 분열 여부에 관계없이 오신환 후보가 자력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거운동기간 중 제시한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이다. 정말로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후보자 본인이 선거운동기간 중 몇 번이나 강조한대로 20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엄정한 심판을 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신환 후보는 이날 당선이 확실시된 저녁 10시 40분 무렵 선거사무소에 들어와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27년 만에 관악을 주민들께서 주신 소중한 기회가 헛되지 않도록 제대로 일하겠다"며 "임기가 1년 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부터 바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국회와 지역을 누비며 관악 발전을 위해 사력을 다해 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