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집한 새누리당과 친노 탓에 내홍 겪은 새정치의 엇갈린 희비
  •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선거지역 4곳 중 3곳에 당기를 꽂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지역에서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는 야권의 사분오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야당의 오랜 적폐인 친노 계파의 당무 전횡이 원인이다. 이번 재보선 선거구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격전지인 관악을(乙)을 중심으로 야권은 어떤 분열상을 보였으며, 패배를 향해 갔는지 살펴본다.


  • ▲ 지난 3월 14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태호 후보가 김희철 전 의원 앞에서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3월 14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태호 후보가 김희철 전 의원 앞에서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당내 후보 경선에서 김희철 전 의원과 맞붙었다.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태호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그러나 자신의 패배를 납득하지 못한 김희철 전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

    김희철 전 의원은 권리당원 1000여 명이 투표 대상에서 제외된 점과, 각각 다른 두 기관이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가 큰 격차를 보였다는 이유로 조작을 의심했다. 그는 중앙당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당은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패배에 승복하지 못한 김희철 전 의원은 정태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는 길을 택했다. 정태호 후보는 김 전 의원의 마음을 선거가 끝날 때까지 돌리지 못했다.

     

  • ▲ 지난 4월 21일 김희철 전 의원이 자신의 사무소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4월 21일 김희철 전 의원이 자신의 사무소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지역의 전통적인 야권 지지 성향의 호남 출신 유권자를 대표하는 인물인 김희철 전 의원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면,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라도 자주 불러들였어야 했다.

    하지만 박지원 전 대표도 정태호 후보의 선거를 처음부터 돕지는 않았다. 김희철 전 의원이 2·8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했었고, 3·14 경선에서는 거꾸로 박지원 전 대표가 김희철 전 의원을 지지했었기 때문에 박지원 전 대표가 정태호 후보를 지원하기에는 여러모로 여건부터가 좋지 않았다.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를 품지 못하면,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 후 첫 선거인 4·29 재보선을 그르칠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자존심을 굽히고 박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선거를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박지원 전 대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명분으로 못 이기는 척 선거 지원에 나섰다.

    친노 계파의 수장인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박지원 전 대표와 만나며 친노와 동교동계 사이의 깊은 골을 메우려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 누구도 이를 통해 양자 사이의 간극이 완전히 회복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4월 10일 정태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이후로 관악을에 발을 끊었고, 박지원 전 대표도 10일 발대식, 17일 출정식 이후 열흘 만인 27일 온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지원 유세였다.

     

  • ▲ 지난 4월 2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지호소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4월 2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지호소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관악을은 27년간 현 여권 후보의 당선을 허락하지 않은 '야당 텃밭'이다. '묻지마 2번' 성향의 숨은 야권 표가 대거 존재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추이에 관계 없이 선거전 초반까지 정태호 후보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의 경쟁에 자신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선거전 중후반으로 갈수록 정태호 후보의 표정에는 점차 그늘이 졌다.

    정태호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다.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던 정동영 후보는 앞서 보궐선거 출마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오는 8월 창당을 앞둔 국민모임은 보궐선거에서 한 명이라도 독자후보를 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뜻으로 정동영 후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지난달 3일 삼성동 시장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로써 관악의 야권표는 반으로 갈라졌다. 위기를 직시한 새정치연합은 정동영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거친 공격을 퍼부었다. 정동영 후보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모두 나서서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이 정동영이 되는 게 얼마나 두렵기에 '정동영 죽이기'를 하느냐"고 맞받았다.

     

     

  • ▲ 지난 4월 3일 삼성동 시장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4월 3일 삼성동 시장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동영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이 있은지 보름 뒤, 야권의 갈라진 상처에 소금을 치는 결정적 사태가 벌어졌다. 관악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행자 서울시의원이 돌연 탈당한 것이다.

    이행자 시의원은 지난달 17일 미성동 세이브마트 앞에서 진행된 정태호 후보의 출정식에서 사회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행자 시의원은 이날 문재인 대표와 정태호 후보를 극찬하며 박수와 연호를 유도했었다.

    출정식에서 열렬한 환호를 호소했던 그는 20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 탈당과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 ▲ 지난 4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이행자 서울 시의원이 서울시의회에서 탈당과 함께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4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이행자 서울 시의원이 서울시의회에서 탈당과 함께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 지난 4월 17일 미성동 세이브마트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출정식을 진행한 가운데 이행자 서울시 의원(오른쪽 빨간 표시)이 사회를 보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4월 17일 미성동 세이브마트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출정식을 진행한 가운데 이행자 서울시 의원(오른쪽 빨간 표시)이 사회를 보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 지난 4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의 출정식 사회를 맡았던 이행자 서울시 의원(오른쪽)이 28일 같은 장소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와 손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4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의 출정식 사회를 맡았던 이행자 서울시 의원(오른쪽)이 28일 같은 장소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와 손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역에서 자중지란을 벌이며 사분오열을 하고 있다면, 중앙에서라도 통합되고 단결된 면모를 보였어야 했을텐데, 새정치연합은 그나마도 보여주지 못하며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는 관악을을 방문한 당내 중진들의 행보에서 추측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지원유세를 왔지만 문재인 대표와 동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집중유세 등을 할 때 한 자리에서 함께 연설을 한 번쯤 했을 법도 하지만, 이러한 그림은 한 번도 연출되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표는 이해찬 의원과 함께 신원시장을 찾았다. 이해찬 의원은 해당 지역구에서 5선을 한 인물로, 정태호 후보는 그의 보좌관 출신이기도 하다. 이해찬 의원은 선대위 발대식 등에 참석했지만, 공개적인 지원 행보는 자제해 왔다. 이는 그가 관악 낙후의 주범이 아니냐는 주민들의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민들의 평가를 부인하기 힘든 탓인지 이날 정태호 후보는 이해찬 의원과 함께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와 이 지역구에서 5선을 한 의원이 왔음에도 후보가 동행하지 않은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흩어져서 유세 중이라고 해명했다.

     

  • ▲ 지난 4월 23일 신원시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관악을에서 5선을 지낸 이해찬 의원이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4월 23일 신원시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관악을에서 5선을 지낸 이해찬 의원이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의 선거 유세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대조를 이뤘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당대표의 모든 현장 유세에 동행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는 '오브라더스'라는 별칭을 만들어 선거 기간 내내 붙어 있었다.

    두 후보는 거리 유세 방식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가 주민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많았다. 정태호 후보 스스로가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의식한 탓인지, 대중적 인기와 지명도가 높은 거물을 앞세우는 모양새였다.

    반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역으로 김무성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오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관악을에서 출마한 바 있다. 이미 지역주민들과 형성된 관계가 있는 만큼 유세 방식을 차별화한 것이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 ▲ 지난 4월 28일 신원시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와 정태호 후보가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4월 28일 신원시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와 정태호 후보가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 지난 4월 26일 신사시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가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4월 26일 신사시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가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29일 저녁 11시 15분 개표가 종료된 결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득표율 43.9%(3만3913표)를 얻어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는 34.2%(2만6427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20.2%(1만5569표)로 낙선했다. 결과에서도 야권의 분열이 오신환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이 드러난다.

    결집한 새누리당과 친노의 전횡에 반발하는 내홍에 휩싸인 새정치연합의 대결, 29일의 희비는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였다.

     

  • ▲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후 부인 유정미씨와 손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후 부인 유정미씨와 손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 지난 4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9.7%p차로 낙선한 후 선거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4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9.7%p차로 낙선한 후 선거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