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사위 모두 해군 기술 부사관…동‧서‧남해에서 임무 수행
  • ▲ 자료사진.ⓒ뉴데일리DB
    ▲ 자료사진.ⓒ뉴데일리DB

    한 집에 다섯 자매가 모두 해군과 결혼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사는 조근제 씨(55년생, 59세)는 아들 없이 딸만 다섯이다. 근처에 해군 부대가 있거나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98년에 첫째 딸이 해군과 결혼한 이후 ’08년 막내딸까지 다섯 딸이 모두 해군과 결혼하면서 맏사위를 본지 꼭 10년 만에 딸 부잣집에서 사위 다섯이 모두 해군인 든든한 ‘해군 명문가(家)’ 가 됐다.

    장인인 조근제 씨는 딸들이 사윗감을 데려올 때마다 해군 정복을 입은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에 아무 망설임 없이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장모 역시 군인 사위들의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니 다섯 딸들이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흡족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섯 명의 해군 사위들은 해군 1ㆍ2ㆍ3함대에서 해군의 함정과 장비를 다루는 정통 기술 부사관으로 근무하는 엘리트들이다. 첫째 사위 박철우 준위, 셋째 사위 김동진 원사와 넷째 사위 정준혁 상사는 함정의 추진(내연‧내기) 기관을 담당한다.

    둘째 사위 김성주 상사는 함포와 탄약 등을 다루는 무장(병기) 직별이며, 막내 사위 최욱성 상사는 함정의 손상과 위험을 관리하는 보수 직별이다. 해군 사위들은 동서가 같은 해군이라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먼저,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다.

    업무를 할 때 노하우 공유는 물론, 집안 대소사 전파도 빠르다. 장인, 장모의 생일은 그냥 넘어 갈 수 없다. 10명의 가족 중 누군가는 알리기 때문이다. 한데 모이면, 친 자매인 아내들 보다 더 신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해군이라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해군이라는 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나오는 특별 수당이나 인센티브가 숨김없이 다 공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들의 입장에서는 이 역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명절 때만 되면 장인 장모의 마음은 편치 않다. 다섯 자매가 처가에 한데 모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 설날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근무지가 동, 서, 남해에 따로 떨어져 있는데다 둘째 사위는 함정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다섯 자매가 부부동반으로 한데 모인적은 2008년 막내 딸 결혼식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다. 장인 장모는 명절과 평일을 구분하지 않고 밤낮으로 바다를 지키느라 수고하는 해군 사위가 모두 동일한 시간에 모일 수는 없지만 어렵게나마 시간을 내어 처가를 방문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라고 한다.

    첫째 사위인 박철우 준위(41세)는 “설날 같은 명절에라도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해엔 전화로만 인사를 드리는데 그럴 때마다 섭섭한 내색을 보이시기는커녕 오히려 기운을 북돋아 주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해군 사랑 5자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결혼 이야기

    하나같이 해군 남편을 만난 조은진(39), 미화(37), 미진(37), 은희(33), 진주(32) 씨. 이른바 ‘해군 사랑 5자매’ 가 탄생한 배경이 흥미롭다.

    출발은 역시 맏딸부터였다. 조은진 씨는 1998년 당시 중사였던 박철우 준위와 결혼했다. 박 준위(당시 중사)는 은진 씨를 마산 고속터미널에서 보고 첫눈에 반해, 자신의 본가가 있는 광주행 버스를 포기하고 은진 씨를 따라 무작정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은진 씨는 박 준위의 용기와 사랑, 적극적인 청혼에 백년가약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철우 준위는 결혼 전 해군 부사관 네 기수 선배인 김동진 원사(당시 중사)와 진해에서 자취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박 준위가 교제 중이던 조은진 씨도 김동진 원사를 자연스레 알게 됐고, 김 원사에게 은진 씨의 셋째 동생 미진 씨를 소개하게 됐다.

    선남선녀였던 김동진 원사와 조미진 씨는 각각 후배와 언니를 통해 소개받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박 준위 부부에 이어 약 1년만인 1999년에 결혼했다.

    첫째 박철우 준위와 조은진 씨 부부가 진해에 신혼집을 차린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둘째 조미화 씨가 찾아왔다. 미화 씨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고향 함안보다 더 발전된 진해에서 살기 원했고 첫째 형부와 언니도 흔쾌히 동의했다. 해군인 형부와 결혼해 사는 맏언니의 모습이 좋아보였던지 미화 씨도 해군의 모항 진해에서 김성주 상사(당시 중사)를 만나게 됐고, 2003년 결혼했다.

    조미화 씨는 먼저 결혼한 동생 조미진 씨보다 5분 먼저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이다. 다섯 자매 중 맏언니와 두세째 쌍둥이 자매는 나란히 해군 남편을 맞이하게 됐다.

    한편, 넷째 조은희 씨는 2003년 초순경부터 셋째 김동진 원사와 조미진 씨 부부 집에 살게 됐다. 전부터 창원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던 은희 씨는 고향 함안에서 통근을 하다가 직장이 보다 가까운 진해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은희 씨는 2003년 9월경 퇴근 후 셋째 형부의 같은 직별(내연) 후배이던 정준혁 상사(당시 중사)를 집에서 만나게 됐다. 김 원사가 후배를 집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한 집에 사는 은희 씨도 그 자리에 동석하게 됐고, 정 상사의 마음에는 어느덧 사랑이 싹트게 됐다. 이후 정 상사는 김동진 원사에게 “내연장님의 처제가 마음에 듭니다. 사귀어도 되겠습니까?” 라며 정식으로 허락까지 구했다. 이들은 3년간 연애 후 2007년에 결혼해 넷째 해군 부부가 됐다.

  • ▲ 2008년 11월 16일, 막내 딸(조진주 씨) 결혼식장에서 조근제(장인) 씨 가족이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다섯 자매가 부부동반으로 한데 모였던 적이 바로 이때라고 한다.ⓒ해군
    ▲ 2008년 11월 16일, 막내 딸(조진주 씨) 결혼식장에서 조근제(장인) 씨 가족이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다섯 자매가 부부동반으로 한데 모였던 적이 바로 이때라고 한다.ⓒ해군

    김동진 원사 집에서 생활하던 넷째 은희 씨가 결혼하고 나가 빈자리는 다섯 자매 중 막내인 진주 씨가 대신 들어왔다. 진주 씨의 바로 위 형부인 정준혁 상사는 자신의 직별 선배이자 집안 형님이 된 김 원사 집에 들어와 생활하게 된 막내 처제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그 즈음 정 상사와 아내 은희 씨는 동생 진주 씨가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부사관 동기 최욱성 상사를 소개했다.

    이후, 넷째 언니가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을 때, 막내 조진주 씨와 최욱성 상사가 결혼하면서 조근제 씨 집안의 다섯 명의 딸은 모두 해군과 결혼하게 됐다.

    장인 조근제 씨에게 딸 다섯을 해군과 결혼시킨 소감을 묻자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위들이 모두 자랑스럽다” 라며 “무엇보다 함께 해군 가족이 된 것이 최고의 기쁨” 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서열을 따라 셋째 사위이지만, 첫째 조은진 씨(39세)와 결혼한 맏사위 박철우 준위(41세, 준사관 52기)와는 동갑, 둘째 사위 김성주 상사(40세, 부후 149기)보다는 나이가 더 많으며, 부사관 기수로 따져 이들보다 네댓 기수 선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