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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후보가 11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솔직히 연설은 문재인 의원보다 박지원 의원이 낫더라."
10일 첫 당대표 합동연설회였던 제주·경남 일정이 끝난 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그의 말대로 대의원·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박지원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한 수 위였다는 것이 중론이다.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두 번씩 역임한 3선 의원이, 대선이라는 큰 무대를 뛰었지만 선수(選數)로는 초선인 의원을 압도한 셈이다.
특히 첫 합동연설회였던 제주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졌다.
문재인 후보는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첫 연설 순번을 맡았다. 2·8 전당대회로 나아가는 전체 연설회 일정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만큼 임팩트 있는 연설을 한다면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연설은 쌍방향이 아닌 일방통행식의, 평이한 연설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박지원 후보는 등장할 때부터 "박지원이 TV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젊어보인다고들 하신다"며 "사실 TV에 나오는 것은 저의 형"이라는 농담으로, 첫 합동연설회를 맞이해 나름대로 긴장해 있는 청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어 "강창일 도당위원장이 통합을 강조하라고 귓속말했다"며 갑자기 한 손을 치켜들어 좌석의 강창일 의원을 가리키더니 "그랬죠?"라고 물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주의를 환기하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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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가 11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런 격차는 10일 오후에 있었던 경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여전했다.첫 연설을 한 박지원 후보는 사회자의 연호 자제 요청에도 "박지원, 박지원"이라는 청중의 외침이 계속되자, 단상에 나아가 "네에, 제가 박지원입니다"라고 하며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시늉을 해 청중이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연설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박지원 후보의 화법은 연설의 끝부분이 "여러분께 보고드린다"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 "여러분과 함께 강력히 요구한다" 등으로 끝나, 자연스레 청중이 연설자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특징이었다. 경남 연설에서 박지원 후보는 총 10번의 박수를 받았다.
반면 두 번째로 연설에 나선 문재인 후보는 뜨거운 박수와 함께 등장했으나, 연설 중 박수는 박지원 후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번에 그쳤다. "…아니겠습니까?" "… 않겠습니까?"라고 되묻는듯한 문재인 후보의 화법은 논리적인 면은 있으나, 청중들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사이에 바로 다음 말이 이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캠프도 이러한 연설의 격차를 인지하고 빠르게 궤도를 수정하고 있어, 연설의 '진검 승부'는 다음 주말부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네 번째 합동연설회였던 11일 오후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후보의 연설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조곤조곤 되묻는듯한 말투보다 "… 약속을 부산의 당원 동지들께 드린다" "여러분이 바라는 방향 맞습니까?"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등 홈그라운드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청중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과감한 화법이 눈에 띄었다.
이날 울산·부산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가 연설 전략을 수정한 것 같다"며 "연설의 흐름이나 톤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