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급식 거짓말] 파동 그 후, 대변인 입 빌려 해명..사과 한 마디 없어
  • ▲ 26일 서울시장 선거 후보자 TV합동토론회를 계기로 박원순 시장의 거짓 해명과 [농약급식] 파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SBS 방송 화면 캡처
    ▲ 26일 서울시장 선거 후보자 TV합동토론회를 계기로 박원순 시장의 거짓 해명과 [농약급식] 파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SBS 방송 화면 캡처


    [28일 박원순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 긴급 브리핑]


    잔류농약 검출을 인정하는 게 합리적이고 솔직한 자세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보고서에 나와 있는 16번 각주(27페이지), 정밀검사를 한 결과 123건 중에서 2건이 잔류농약이 나왔다는 것.

    모두 다 깻잎에서 나왔는데 친환경농산물로 인증 받은 무농약 깻잎에서 감사원의 정밀검사 결과 0.009 마이크로그램이 검출됐다.

    정밀검사 결과 생산자가 직접 농약을 투여한 것이 아니라 인근에 살포된 농약이 비산(飛散)된 것으로 파악해 친환경인증 취소하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감사원도 처분요구서등에 본문으로 명시하지 않고 각주로 처리하였다는 점 말씀드린다.

    과도한 안전성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기자여러분께서 잘 이해해주시라. 고맙다.


    [박원순 후보, 26일 서울시장 후보자 합동 TV토론회에서]

    (서울시 산하 친환경유통센터에서 공급한 급식자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검출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친환경 무상급식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농약급식을 공급하거나 (학생들) 식탁에 올라간 적이 없다.

    오히려 서울시 산하에 있는 친환경 지원센터에서 미리 농약 잔류량에 대해서 검사하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센터에서 농약을 미리 발견해 전량 폐기했다.
    서울시가 칭찬 받아야 할 일.


    서울시 산하 친환경유통센터가 각급학교의 급식 자재로 공급한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이른바 [농약급식] 파동과 관련돼, 박원순 후보측이 결국 농약 검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28일 캠프 대변인을 통해 나온 박원순 후보의 해명태도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만하고 무례했다.

    박원순 후보는 26일 밤 열린 TV합동토론회에 나와 감사원의 농약검출 사실을 완강하게 부정했다.

    심지어 <서울친환경유터센터>의 자체 검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오히려 서울시가 칭찬받아야 할 일”이란 말까지 했다.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이 요동쳤다.
    감사원의 정밀검사 결과조차 외면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박원순 후보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른바 [농약급식]이란 신조어가 주요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결국 박원순 후보측은 꼬리를 내렸다.
    선거사무소 대변인을 통해 농약 검출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변인의 입을 통한 박원순 후보의 변명은 또 다른 화를 자초하고 있다.

    [농약급식 거짓말]과 관련된 박원순 후보의 변명이 사람들의 빈축을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명백한 책임을 어물쩍 대변인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박원순 후보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정면에서 부정했다.
    그것도 전 국민이 보는 서울시장 TV합동토론회에서, 상대방 후보의 지적을 근거없는 흑색선전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팩트]였다.
    이는 박 후보측이 스스로 인정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박원순 후보는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그러나 [농약급식 거짓말] 파동을 초래한 지 사흘이 지났어도 박원순 후보는 단 한마디도 사과의 뜻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사실이 아닌 말을 했다면, 그것이 의도된 거짓말이든, 토론 준비 미흡으로 인한 과실이든,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순리다.

    적어도 국민들의 민심과, 민심이 구현된 표로 심판을 받는 정치인 박원순이라면, 누가 말하기에 앞서 먼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어야했다.

    하지만 박원순 후보는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대신 대변인을 앞세워 변명을 했다.

    더 가관인 것은 박원순 후보를 대신해 국민들 앞에 선 대변인마저 고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원순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미미한 수준’의 농약검출을 강조하면서, [농약급식]과 박원순 후보의 거짓말을 별것 아닌 것처럼 다뤘다.

    박원순 후보와 그 대변인이 보인 행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농약급식 파동] 전후 박원순 후보와 캠프관계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오만과 독선’ 그 자체다.

    이보다 더 우려스런 것은, [진실의 왜곡][은폐]다.

    대변인을 내세워 책임을 떠 넘긴 행태는 비겁했지만, [진실의 왜곡]은 섬뜩하다.

    28일 진성준 대변인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자체 안정성 검사를 통과한 급식 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무엇보다 진성준 대변인은 감사원이 보고서 ‘각주’에서 밝힌 농약검출 사실만을 언급하면서, 농약검출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태도를 보였다.

    123건의 농산물 중 2건에서만 농약이 나왔고, 그 마저 1건은 인근 농지에서 날라온 농약이 묻어서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 진성준 대변인 해명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진 대변인은 “이렇게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감사원도 본문이 아닌 각주로 처리했다”면서 기자들에게 “과도한 안전성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잘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해명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진 대변인이 강조한 감사보고서 상의 ‘각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감사기간 중 감사원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합동으로, 위 센터를 통해 학교에 공급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123건 중 2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농약이 포함돼 있었음.

       -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27페이지


    이 내용만 놓고 보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문제점은 감사원이 정밀 검사한 123건의 눙산물 중 2건에서 농약이 나온 것 정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체는 이것이 아니다.

    같은 보고서 49~50페이지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공급된 학교급식 농산물 중 상당수가 농약에 오염돼 있었을 위험성을 시사한다.

  • ▲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49~50페이지.ⓒ 뉴데일리 DB
    ▲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 49~50페이지.ⓒ 뉴데일리 DB


    감사결과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 검출 등의 문제로 77명의 생산자에게 영구 출하금지를 통보하고도, [농산물 검수관리 부실]로 이 중 7명이 생산한 농산물을 계속 공급받았다.

    이들이 [부적합] 통보를 받고도 계속 공급한 농산물은 10개 품목, 확인된 물량은 2012년 한 해에만 8,647kg, 이들 농산물을 공급받은 학교는 469곳에 달했다.

    결국 농약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각종 나물과 쌈채소, 샐러리 등의 채소들이 아이들의 식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미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이 다시 학교에 공급됐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서울친황경유통센터>가 [부적합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한 생산자에 대한 제재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사실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박원순 후보측은 이런 내용을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다.

    [농약급식 거짓말] 파문 이후, 박원순 후보측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계속 논란을 빚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원순 후보와 그 대변인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29일 현재,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10%p를 웃돌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원순 후보의 ‘사과’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거짓 해명을 비판하는 상대당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높은 지지율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승리를 확신한 승자의 오만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박원순 후보는 국민을 우습게 봤다.
    백성을 버리면 백성이 그를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