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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면 집단휴진 강행은 공멸이라는 절박함이 정부와 의사협회 양쪽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였다.
특히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4일 예정된 의료계 전면 파업 전에 대화를 통한 [쟁점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협회 모두 대화재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예고된 집단휴진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집단휴진의 명분을 제공한 원격진료의 경우, 정부가 한결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시행 전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을 주장하고 있는 의협과의 합의 도출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반면, 집단휴진을 초래한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는 [의료수가 현실화] 문제는 단기간 합의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없는 사안들이란 점에서, 정부와 의협이 묘수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집단휴진 명분, [원격진료]..
정부-의협 극적 타결 기대감 커져
[원격진료]는 14년만의 집단휴진을 초래한 핵심 요인이다.의협은 [원격진료]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오진의 위험성이 크다면서 본격 시행에 앞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협은 [원격진료]가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심화시켜, 동네병원의 경영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이 정한 6개월 동안의 시범사업 기간 안에 안전성 검증을 마칠 수 있다고 맞섰다.
나아가 정부는 [원격진료]가 섬과 산간지역 주민 등 이른바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자주 병원을 찾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의 의료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내세운 [원격진료]의 장점 중 하나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진료]를 위해선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에 마련된 6개월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등을 검증한 뒤 [원격진료]를 본격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부 입장이 최근 의미있는 기류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원격진료] 문제와 관련돼 한층 유연해진 입장을 나타냈다.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의사협회가 걱정하는 사안들을 검증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변화된 입장은 [원격진료]와 관련돼 의협이 주장해온 내용과 흡사하다.정부 방침이 [의료법 개정 전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원격진료] 논란은 극적인 타결을 이룰 수도 있다.
앞서 의협은 그동안 정부와 협의를 통해, 입법과정에서 구체적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해 안정성을 검증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해법 찾기 쉽지 않은 [의료 영리화]..
의협 퇴로, 정부가 터줘야
[집단휴진]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인 이른바 [의료 영리화]는 사안이 간단치 않다.
[원격진료] 문제는 정부와 의협간의 대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이와 달리 의료법인의 영리목적 자법인 허용으로 대표되는 [의료 영리화]는 단순한 보건의료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의료 영리화]는 정부 경제시책인 <투자활성화대책>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시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와 의협이 손을 맞잡는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이미 의협은 <투자활성화대책>과 <서비스발전기본법> 시행과 관련돼 의료분야를 여기서 제외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문제는 의료법인의 영리목적 자법인 허용을 비롯한 [의료 영리화] 계획은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관장 업무란 사실이다.
따라서 [의료 영리화] 문제는 정부와 의협간 대화만으로는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의사들이 영리목적 자법인 허용 등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갈수록 늘어나는 적자를 장례식장 운영, 상가임대 등으로 메꾸고 있는 현실에서, [의료 영리화]가 활성화되면 병원들이 의료행위보다는 돈벌이에 목을 맬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변수는 정부의 결단에 달려있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가 경제정책과 직결돼 있는 만큼 정부가 의사들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의협도 적절한 선에서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머나먼 길, [의료수가 현실화]..
뾰족한 수 없어,
[사회적 합의]만이 해법
[의료수가 인상]과 [건강보험 제도 개선] 문제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이 사안은 정부와 의협 모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론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실천방안이 뜨거운 감자다.
진료과목과 의료행위에 따라 의료수가 산정에 불평등이 존재하다는 사실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심각한 전공의 편중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의료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 산부인과 등은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 때문에 전공의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겠다며 흉부외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전액 본인부담]인 [비급여] 항목이 많은 성형외과로 전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정부와 의협 모두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 시점이다.
의사들은 현재 의료수가가 원가의 75%에 불과하다며 2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원가 대비 90% 수준까지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 의료기관의 원가보전율은 약 90% 정도이다.
정부 수치를 기준으로 해도, 의료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의료수가 현실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다름 아닌 [돈]이다.
의료수가 1%를 올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규모가 3,000억 이상 늘어나야 한다.
의사들의 말대로 의료수가를 25% 올리기 위해선 7조5,000억원의 돈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내야할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뜻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이 문제 역시 정부와 의협이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보다는 [낮은 의료수가의 문제점], [진료과목 및 의료행위 사이에 존재하는 의료수가의 불균형], [건보료 인상의 불가피성]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정부와 의협의 성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정부도 미봉책만으로 문제를 넘길 것이 아니라, 차제에 낮은 의료수가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의협도 무리하게 정부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의협 모두 [감정]보다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