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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는 천재적인 거짓 연기로 석방되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으니, 바로 소치에서 열린 2014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다.
한치의 양심도 없었던 것일까? 사실 절묘한 연기도, 반전도 필요 없었다. 기가막힌 심판진들의 편파 판정과 영웅 만들기라는 양념이 잘 뿌려진 러시아의 계획된 자작극이었기 때문이다.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에 독일 피겨의 전설인 카타리나 비트도, 김연아의 우상인 미셸 콴도 격분했고, NBC와 ESPN 등 세계의 주요 언론사들이 들고 일어났으니, 이 경기가 얼마나 얼룩진 쇼였는 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SBS 캐스터 배성재는 트위터에 "푸틴 동네 운동회 할거면 우릴 왜 초대한거냐" 라며 격분했고, 배우 한정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빙상연맹은 지금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가요. 이의제기 안하실겁니까"라며 연맹의 무대응에 일침을 가했다.
대한민국 국민을 포함한 전 세계의 항의와 분노가 빗발치고 있다. 헌데 이런 소용돌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단체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이다. 웹사이트를 통한 <김연아 서명운동>은 100만에 육박하기에 이르렀고, 하루종일 김연아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빙상연맹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당신이 안좋은 일을 겪었을 때, 혹은 매우 슬픈 일을 겪었을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존재는 누구인가? 또 그 이야기를 들어준 1순위는 누구인가? 바로 부모님, 곧 가족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 한국대표팀의 수장이자 부모님은 바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이거늘, 사랑스러운 딸의 슬픔에 대해 대처는 커녕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있다. 그들이 필요할 때만 '부모님'인가?
빙상연맹에게 있어선 지금이 매우 좋은 기회다. 안현수 파문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들의 위상과 격, 그리고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서 과연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그들에게 진정 김연아를 위하는 마음이 없을 지라도 말이다. 움직여라. 지금이 화를 복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다.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들은 스포츠로 국격을 드높였고, 동시에 발로 직접 뛰는 스포츠 외교 사절단이기도 했다. 허나 이들을 이끌고 세계에서 목소리를 낼 사람이 왜 연맹에는 없는 것인가? 바로 이 때가 빙상연맹, 그들이 나설 타이밍이 아닌가? 부모님의 사랑으로 말이다.
[사진 = 뉴데일리, 연합뉴스/ 한정수, 김연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