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진 판사, “직접선거는 관습법, 모든 선거에서 지켜져야”부산-대구-인천지법 등 모두 ‘유죄’, 서울중앙지법 ‘머쓱’
  • ▲ 지난 10일 정오, 자유청년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통진당 대리투표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10일 정오, 자유청년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통진당 대리투표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해 총선 직후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이른바 [통진당 대리투표 사건]에 대해
    지방법원들이 잇따라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불과 10일 전 같은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통진당 대리투표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45명에게
    무더기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국민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법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까지 내
    정당 내부선거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대법원에서나 나올법한 논평을 내놔 눈총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광주지법 재판부는
    열흘 전 서울중앙지법의 무죄판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헌법이 명시한 [선거의 4대 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어떤 경우에도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서울중앙지법이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든
    [대리투표] 인정에 대한 규정 여부와 관계없이,
    [직접투표의 원칙]은 모든 선거에서 지켜야 하는 [관습법]이란 판단도 내렸다.

    [정당활동의 자유]를 법률이 보장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정당이 [치외법권]이 될 수는 없다면서,
    정당의 위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처벌근거도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 2단독 전우진 부장판사는 16일,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주모(30)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주씨에게 투표를 위임한 반모(31)씨 등 3명에게는 각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14~18일 치러진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투표를 대리해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선거의 종류와 관계없이 [선거 4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의 4대 원칙]
    대선, 총선 외의 다른 선거에도 적용돼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적용돼 왔고,
    [관습법]적으로도 정당선거에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

    주씨 등이 [대리투표]를 한 것은
    통진당 선거 관리 관계자를 오인케 한 것으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 광주지법 형사 2단독 전우진 부장판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과 관련 돼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정당 내 민주주주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투표 위임이 의사에 반하지 않았고, 통진당이 처벌을 원치 않은 점,

    통진당이 동일 IP를 통한 투표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등
    허술한 선거관리가 범행 원인을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한다.


    이어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활동의 자유]가
    위법행위를 방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당활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 자유가 법질서를 침해해도 국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면,
    정당을 [치외법권]으로 방치하는 것.

    정당의 위법행위에 대해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번에 피고인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지난 7월에도
    통진당 대리투표자 2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부산과 대구, 인천, 창원지방법원도
    [통진당 대리투표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일관되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현재까지 같은 사건에서 무죄선고를 한 곳은 <서울중앙지법> 한 곳 뿐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송경근 부장판사)는
    당헌 당규 등에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 4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이 나오자
    통진당은 마치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

    이들은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비례경선 재판 전원 무죄,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근거 없는 야당 탄압과 정치공작 끝내겠습니다]
    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오면서
    [대리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통진당의 민망한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