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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일일드라마(월~금 8:55분) <구암 허준> (연출 김근홍 극본 최완규) 26일 방송에서는 전쟁터의 비극과 암울함속에 덮여있는 조선 땅에서 희망의 빛이 비쳐지는 놀라운 것을 보게 된다.
어둔운 밤을 틈 타 간신히 배를 구해 개성을 떠나는 허준(김주혁) 일행 . 그 일행에는 당연히 부모를 잃은 아이가 예진(박진희)이 품에 안겨 있다.
허준은 행여나 상우가 나타날 까 기다리는 데 비틀거리며 강가로 달려오는 상우! 하지만 뒤쫓아 온 왜적에 의해 쓰러지고 만다. 전쟁터에서 보여 주는 생사의 갈림길! 건장한 청년 상우는 죽고 자신을 전혀 보호 할 수 없는 어린 아기는 살아나 안전한 품에 안겨있다.
상우의 죽음에 애통해 하며 몸부림치는 허준! 같이 생사의 고비를 넘겨 온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진한 눈물이 말없이 흐르고 있다.
예진이는 상우가 살아 있을 수도 있다고 기대를 버리지 못 한다."쓸데없는 소리 ! 훨훨 떠날 수 있도록 그만 놔 줍시다!"
"이 아이를 양자를 삼아야겠소! 이 아이 구하려다 허망하게 죽은 상우가 바라는 것일꺼요!
이것도 인연인데 자식으로 삼아야겠소!"늘 촐랑거리고 아무 생각없는 임오근(정은표)이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한다.
한편 허준 식솔들과 구일서 가족 양태 부부는 같이 피난을 떠났다.
방 한 칸을 구하려 하지만 "피난민 치닷거리에 이제 진이 다 빠졌소"하고 냉정하게 거절한다.
양태 처는 산통이 오고 빈 집을 구해서 간신히 들어간다. 여자들은 달려들어 출산을 돕는다. 덤벙거리고 속이 없는 단순한 언년이는 그새 어디가서 쌀을 구해온다."아버지! 쌀이야! 쌀!"
쌀을 얼굴에 갖다 대면서 오래 만에 보는 쌀을 보며 감격하여 우는 구일서!
드디어 아기가 나왔다.
"고추다! 고추!"
감격해서 우는 양태!
" 수 천리 길을 허준 형님 쫓아 와 혈혈단신 살다가 이제야 피붙이가 생겼으니
그 심정 모를거요!"
"이 난리통에 새 생명이 나오다니 세상 참 오묘하다!"삶을 흔히 전쟁터라고 부른다. 시끄럽고 골치 아프고 피하고만 싶은 괴롭고 힘들고 고통스런 일들을 날마다 마주하고 산다. 날마다 겪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의 배가 흔들리고 요동치는 극심한 고난도 때로 밀어 닥친다.
롤러스케이트 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실망하고 낙심하고 절망에 빠져 원망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일상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전쟁터에서 아침에 떠 오르는 환한 빛처럼 또렷하게 생기있는희망을 본다. 여기 저기 죽음이 널려 있고 고픈 배를 끌어 안고 축 늘어져 이슬을 가려 줄 집도 없고 꾀죄죄한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다.
삶의 터전은 다 파괴되었다. 편안한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희망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고난은 축복을 가장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신은 악을 선으로 바꾼다고 한다. 심판은 끝인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 이면엔 놀라운 구원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날마다 직면하여 전쟁을 치러야 할 만만치 않은 삶. 잃어버린 나라를 재건하기 급급하고 가난을 벗어나는 것 밖에 보이지 않아 썩고 상한 것들을 도려내지 않고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내려와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 지 도무지 해법이 없어 보이는 전후좌우로 엉키고 설켜 도무지 풀길이 없어 보이는 산적한 사회의 문제들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극한 상황속에서 오히려 희망은 피어나는 것인가보다. 희망은 절망속에서 잉태되나보다.
치열한 전투같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희망을 죽음의 전쟁터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