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일일드라마(월~금8:55) <구암 허준> (연출 김근홍 권성창/ 극본 최완규 김정혁)3일 방송에서 오랫동안 사모하며 존경했던 허준 곁을 떠나는 예진아씨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그림같은 자연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공을 세운 사람들을 선별하고 공로책정이 끝났다. 허준(김주혁)도  정1품 대감으로 승진되었다. 정1품은 정승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공로책정에서 제외 된 사람들이 불만이 갖는것은 항상 있는 일 .

    특히 천첩의 소생이 정승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허준의 뒤를 캐기 시작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없으면 만들어야지! 한 사람을 매장시키려면 도덕적 결함보다 더 좋은 게 없지!"

    결국 그들은 각별한 예진(박진희)과의 관계를 추잡한 추문으로 물고 늘어져 벌떼같은 상소가 일어난다. 온 궁궐에는 두 사람의 추문으로 여기저기서 쑤군거린다. 선대에서는 그런 추문으로 관직에서 박탈되기도 했다. 문명이 발달하고 역사는 바뀌어도 사람은 어제나 저제나 똑 같아서 사람의 하는 행태는 변함이 없다.  

    허준을 아끼는 선조(전노민)는 허준을 믿지만 정황을 알아야겠기에 예진이를 부른다.
    예진은 자신의 아버지와 허준의 환자를 위한 고귀한 삶을 들려준다. 환자를 돌보다 죽은 아버지를 여위고 유의원 집에서 자랄 때 허준을 만나며 그를 지켜 본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제 중심에 두며 살았고 진심으로 존경했으며 사모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천행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어의 영감님은 죽음도 불사하고 신분을 초월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셨습니다.
    어찌 제가 감히 그 분들의 사랑을 욕되게 하겠습니까? 
    저의 마음이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달게 받겠지만 어의 영감께 추문은 당치 않습니다!" 

     


     

     예진이를 나루터로 마중 나온 허준을 볼 때부터 마음에 두기 시작한 사람! 하지만 곧 죽음을 불사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 결혼한다. 한 편 마음에 들어 온 사람은 도무지 나갈 줄을 모른다.

    결혼했으면 가망이 없는데... 그래도 평생 그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행복했다.

    얼마나 갈등이 심했을까? 결혼을 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그 긴 세월 수 십 번 수 백 번  수 천 번도 더 했으리라! 조금이라도 허준이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자신을 위해 애써 주는 것을 보면 마음은 사정없이 요동치고 그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온 힘을 다했겠지!

    여자인지라 사람인지라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다가 그 기대가 깨져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일도 수도 없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런 기대는 엷어지고 죽을 때까지 곁에만 있으리라 하고 마음을 정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주 떠나야 한다. 사실 허준의 아내(박은빈)를 생각한다면 진작 떠났어야 했다.  


    떠나려고 하니 여러가지 상념과 함께 혼자만 품고 있던 마음을 누구한테라도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리!

    "옛날 봄날 그 분을 만났어! 봄이 되면 늘 그 분 생각이 나!
    그 분만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렸어!"

    처음으로 상하한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허준이 의서편찬하는 일이 잘 되도록 도와 주라고 부탁한다.  




    예진이 걸어가는 곳마다 풍광이 참 아름답다. 예진이의 고결하고 단아하고 기품있는 삶을 보여 주는것 같다. 예진이는 자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길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본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인간의 욕심과 붙들고 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하찮은지 일깨워준다. 


    허준이 절대적이었던 예진!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 자신을 묶고 있었던 굴레였을지 모른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듯 꽃밭에 둘러싸인 예진의 얼굴에 미소가 배시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