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일일드라마(월~금 밤8:55분) <구암 허준> (연출 김근홍,권성창 극본 최완규) 30일 방송에서는 오랫동안 원수로 지내던 유도지와 허준이 서로를 향해 무릎을 끊으며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깊은 감동의 물결로 밀려온다. 



    맹렬한 전투의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던 허준(김주혁)은 위중한 선조(전노민)가 있는 의주로 떠난다. 선조는 근심과 울분에다 쫓겨다니느라 심신이 쇠약해 진 데다 끔찍히 총애하던 아들 신성군의 죽음으로 피폐해질 대로 패폐해져 자리에 눕고 말았다.

    허준은 정성을 다해 탕약으로 우선 몸을 보한다. 그런데 그 다음에 할 시침을 자신은 총상을 입은 팔로 시침할 수 없다며 유도지(남궁민)에게 맡긴다.
     유도지는 신성군을 죽인 책임을 물어 옥사에 있는 처지! 모두가 벌떼 같이 일어 나 반대하지만 허준은 물러서지 않는다.

    "비록 과오를 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내의정은 출중한 의술을 지닌 의관입니다!"

    세자의 치료를 맡았지만 치료하지 못하고 죽게 했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한다해도 의관으로서는 끝장이 난 상태! 어의가 되면 영화가 대단하지만 권력에는 독이 있는 법! 한 번만 실수해도 매장 돼 버린다.

    허준의 태도에 유도지는 큰 충격을 받는다. 

    "다른 이유는 없소! 지금 시침할 의관은 유내의종 뿐이오!" 

    담담한 어투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괴심을 갖지 않게 한다. 사실 허준의 총상은 깊지 않아 충분히 시침할 수 있다.

     한 나라를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 왕으로서의 우주 같은 무게와 자식을 잃은 아비의 깊은 애통함으로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탈진하여 누워있는 선조!




    허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음을 가다듬고 시침하는 유도지의 모습은 예전의 유도지가 아니다. 권력의 줄이 달렸기 때문이 아니라 병자를 위해 온 마음을 담아 시침한다. 


    선조는 회복된다.

    "어의의 충성심을 의심한 것을 용서하라!"
    "유내의종이 정성을 다해 시침을 해서 효험을 본 것입니다. 유내의정께 공을 치하해 주옵소서!"

    "세자를 죽게 한 죄로 인해 중형에 처하려 했지만 어의에 지극한 간청이  있으니 유내의종의 죄를 사하겠다!"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바깥으로 나온 두 사람! 바깥으로 나오자 마자 땅바닥에 무릎 꾾는 유도지!

    "영감!!!"
    "용서하십시오! 소인 영감께 백배 사죄를 드려 마땅합니다! 피난길에 올라 주상전하께서 영감의 행방을 물었을 때 어가 호종의 책무를 마다하고 도망쳤을거라 음해했습니다!"

    "다 지난 일이오!"

    하며 허준은 같이 유도지 앞에 무릎을 꿇는다.

    "되돌아보니 원한 가졌을 빌미를 주었소!
    스승과 부자지간의 인연을 끊게 하고 출세의 걸림돌이 되었소! 

    내게 갖는 원망 너무나 당연하오! 

    다만 우리 서로가 구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소진하는 것이 안타깝소!
    출중한 재주가 나에 대한 원망에 가로막혀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오!"

    허준 말대로 오랜 세월이 지나 되돌아보면 인간 관계에 있어서 한 쪽 만 잘못한 경우는 드물다. 설사 겉으로는 한 쪽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고 한 쪽은 더 할 수 없이 선량했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이면에는 서로의 잘못이 분명히 있다. 인간은 똑같은 육체를 가졌다. 그 내면의 철처한 자기 중심적인 이기심과 죄악된 속성도 똑같다.

    겸손한 사람은 세월이 흐르면 하늘이 알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허물과 잘못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악행을 내게 행한 그나 나나 별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럴 때 오래 동안 쓰레기 더미처럼 높이 높이 쌓아 올리고 묵히고 묵힌 원한의 매듭이 풀릴 것이다.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이 한 말이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별다른 사람은 없노라고!

    어떤 아름다운 꽃보다도 쭉쭉빵빵 섹시미인도 인간이 인간을 향해 용서하고 화해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것보다 더 아름다것은 없다.
     
    두 사람은 계속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