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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일일드라마(월,금 저녁 8:55분)  <구암허준> 17일 방송에서 악담을 퍼 부으며 허준의 치료를 거부하던 유의태의 아내 오씨가 허준의 진심을 다한 정성에 마음을 돌리고 치료를 받아 회복된다.
    오씨의 독한 마음도 녹아지는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유의태는 처음부터 허준(김주혁)의 인물됨됨을 보고 자신의 대를 이어 심의가 되도록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해 줬지만 아내 오씨(김미숙)는 그런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허준을 눈엣가시 같이 여겼었다.

    특히 허준의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자 아들 도지(남궁민)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까 봐 늘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 보며 갖은 박대와 모욕을 퍼부었다. 허준 뿐 만이 아니라 그의 아내 다희(박은빈)와 어머니 손(고두심)씨까지도 참기 힘든 모욕과 멸시로 짓밟기 일쑤였다.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서는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하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지나쳐 이 세상이 오직 자기 자식만을 위해 존재하기 바라는 지독한 이기심에 사로잡히게 하는 무서운 면도 가지고 있다. 

    흔히 자기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식 가진 사람은 남의 자식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상식을 뛰어 넘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자식이요 똑같은 어머니인데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식만 있는 것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파멸이나 고통 받는 것 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로는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많은 드라마에서 보면 인간의 탈을 쓰고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악행을 하면서 그것이 자식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 허준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오씨와 도지는 조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그것을 모두 허준 탓이라며 저주와 악담을 거침없이 퍼 붓는다.

    도지가 내의원에 당선되니 당연한 것이고 허준이 내의원이 되니 그까짓게 무슨 내의원의 실력이 되는나고 깔아뭉갠다. 잘 나가던 도지가 그만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어야 하는 사신 수행길로 떠나고 나서 오씨는 더욱 악에 받힌다.허준이 스승님 기일을 잊지 않고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한다.

    "네 이놈! 네가 왜 거기 있는냐?
    도지를 망친 것도 모자라서 집 안까지 말아 먹으려고 왔느냐?"

    결국 스스로 분에 못 이겨 하혈을 하며 쓰러진다. 의원을 불러 왔지만 고치지 못한다. 도지 아내는 허준에게 치료를 부탁하지만 허준은 싫어 할 것이라고 내켜하지 않는다. 아내 다희는 설득한다.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습니까?" 

    어진 아내의 말에 고민고민하다가 다시 밤에 찾아 가지만 혹독한 말만 듣는다.

    "네 이놈! 당장 나가라! 제 깢놈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눈물이라도 흘릴 즐 알았더나?
    풍비박산 난 걸 보고 싶었던 게지.
    다시는 저 놈을 이 집에 들여 보내지 말거라!"

    악에 받쳐 소리 소리 지르는 오씨. 뒤쫓아 온 다희는 "서방님 기왕 어려운 걸음을 하셨으니 마님을 살려드려야 합니다"하여 상한 남편의 마음을 다독거려준다.

    독기가 가득한 말은 독을 묻힌 화살을 가슴에 쏘아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독한 말은 사람 심장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허준은 아내의 말에 의원 못지 않은 의술을 갖춘 홍춘이한테 부탁하여 오씨 부인을 치료한다.날마다 혜민서 일이 끝나면 도지 집에 들러 경과를 보고 정성껏 약을 달인다.

    하지만 그것도 오씨한테 들키고 만다.펄펄 뛰며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하는 오씨! 도지의 아내도 애타게 시어머니를 부르며 설득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상황까지 이른다.
     



    허준은 오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한다.    

    "마님께서 저를 얼마나 질색하는지 얼마나 마음 상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시술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반위에 걸린 스승님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님의 병은 다릅니다. 손을 쓰면 고칠 수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듣던 오씨! 허준의 진심 어린 말에 악독한 마음과 갖은 원망과 분노가 가라앉는다.

    오씨한테 갖은 수모와 종 취급 받던 허준의 아내는 병의 회복을 위해 오씨가 좋아하는 굴죽을 쒀서 갖다 준다. 허준의 침술과 다희의 굴죽으로 입맛이 돌아 온 오씨는 회복된다.

    오씨는 하인에게 등짐을 지워 허준의 집을 찾아간다.
    생각지도 않은 방문에 놀라는 다희와 손씨.
    비단과 돈 꾸러미를 건네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병치레에 얘 쓴 것으로 가져 왔으니 받게."
    "사례를 받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돈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저의 마음과 서방님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 

    오씨는 쌀쌀 맞지만 고맙다,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넨다.
    시기와 미움이 잔뜩 서린 차가운 시선에 에이는 고통을 받고 빚진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겁고 조금만 잘 되어도 괜스레 신경이 쓰였던 허준과 그 식솔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악독함에 진저리쳤지만 정작 당사지인 허준과 다희는 스승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진심을 다하므로 무거운 짐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이 먼저 무릎 끓고 낮추므로 오랜 미움과 저주의 사슬이 끊기고 두 가정이 평안을 되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