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인프라' 특혜의혹엔 철저 검증 북촌마을 한옥 게스트하우스 특혜논란엔 '잠잠'박 시장 선거 도운 공신, 한옥 게스트하우스 2곳 위탁운영두 곳 모두 기간 만료, 소송서 이기고도 집행 안 해
  • ▲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가 지지자와 함께 나온 삽살개와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가 지지자와 함께 나온 삽살개와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불거진 박원순 시장 지인에 대한 북촌마을 한옥 게스트하우스 특혜의혹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논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일부 언론의 추가 취재과정에서 시가 보인 석연치 않은 행보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촌마을 게스트하우스 특혜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소속 김태흠 의원이 처음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5곳의 게스트하우스 중 2곳의 위탁운영기간이 끝났는데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운영자인 이모씨는 시 산하 SH공사가 낸 명도소송에서 패소했는데도 여전히 퇴거하지 않고 있으며, 시나 SH공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 국회 새누리당 소속 김태흠 의원,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그러면서 김 의원은 문제가 된 2곳의 게스트하우스 실제운영자가 현모씨이며, 박원순 시장과 상당한 친분관계에 있고, 지난 선거에서 박 시장을 적극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현씨가 박 시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된 뒤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시는 현씨와 박 시장 사이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며 위법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국감질의응답 과정에서 박 시장 스스로 현씨를 잘 안다고 답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열린 시정과 행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박 시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특혜를 남발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 ▲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원순 시장.ⓒ 연합뉴스
    ▲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원순 시장.ⓒ 연합뉴스

    현준희씨는 박 시장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 내부고발자인 현준희씨의 변호를 박 시장이 맡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현준희씨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시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당시 현준희씨는 자신이 기르던 보호종 삽살이를 활용해 박 시장 지지 홍보에 앞장섰다.

    현준희씨가 기여한 공로는 적지 않았다.
    박 시장도 이런 현준희씨에게 우회적으로 감사를 전했다.

    새로운 서울을 위한 희망캠프에는 강아지까지도 함께 했었다.
        - 2011년 10월 28일 보궐선거 승리 후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그 뒤 이 사건은 특혜의혹을 박 시장이 전면 부인하고, 추가적인 의혹이 나오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최근 이 건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와 SH공사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명도집행을 1년 넘게 미뤄오면서 의심을 살 만한 정황증거가 다시 포착된 것이다.

    시가 특혜논란이 일어난 지 한달여 만에 현씨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시의 이런 행보는 특혜의혹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임대기간이 만료하고 나서도 잠잠했던 시가 특혜의혹이 불거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1. 증폭된 의혹, 시의 석연치 않은 행보

    시와 SH공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모두 5곳이다.
    이 중 집중적인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계동 135-1과 이웃한 135-2번지 두 곳이다.

    이 두 곳을 시와 SH공사로부터 위탁받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는 이모씨로, 국감에서 이름이 거론된 박 시장의 지인 '현준희'씨의 부인이다.

    현씨가 처음 시로부터 위탁운영권을 받은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SH공사는 소유 중인 북촌마을 135-1번지 한옥의 게스트하우스 운영권을 현씨에게 위탁했다.
    뒤를 이어 서울시도 바로 이웃한 135-2 번지 한옥을 사들여 옆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현씨에게 위탁운영을 맡겼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오세훈 시장 시절이던 2009년, 서울시는 현씨에 대해 계약해지 소송을 걸었다.
    주변에서 소음 민원이 접수됐고, 유독 현씨만 장기간 위탁운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소송은 서울시의 패소로 마무리 됐다.
    1심은 시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과 대법원은 시가 계약해지를 주장할 만한 명시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소송이 시의 패소로 마무리 된 것은 지난해 4월 초.
    현씨가 위탁운영하는 135-2번지에 대한 잔여 계약기간은 불과 한달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의혹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 나온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시가 계약기간 만료 한 달 전에 현씨에게 계약해지 통고를 하고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야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가 게약기간이 지난 뒤 곧바로 명도청구 소송을 비롯한 법적인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현씨에 대한 시의 소 제기가 지난해 국감 이후라는 사실이다.



    #2. 서울시, 의혹 전면 부인.."늦을 수 밖에 없는 사정 있었다"

    먼저 시가 현씨에게 계약기간 만료 전 해지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것을 취재한 언론과 시의 반응이 전혀 다르다.

    <월간조선>은 시가 현씨에게 계약해지 및 퇴거를 요구하는 통지를 한 사실이 없다고 보도했다([뉴스추적] 朴元淳 서울시장, 북촌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 특혜 의혹).

    이에 대한 시 관계자의 답변은 정 반대다.

    기자의 오보다.
    현씨에게 사전에 통지를 했다.
    그것도 세 번이나 했다.
    통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기 때문에 소승을 제기한 것이다.

        - 서울시 관계자


    기간 만료 전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도 해명했다.

    서울시와의 소송이 끝난 후 현씨가 시에 억울하다는 호소를 했다.
    시와 4년간에 걸친 소송을 하느라 지칠대로 지쳤는데 이제 기간이 됐으니 나가라는 건 너무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기간이 만료된터라 해지의사를 전했다.
    그랬더니 현씨가 시에 공식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현씨가 시 민원조사담당관실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면서 뜻하지 않게 일이 꼬여 버렸다는 것이 시 관계자 설명의 핵심이다.

    민원이 정식으로 접수되면서 신규 사업자 선정이나 현씨에 대한 추가 조치는 모두 중단됐다.
    해당 민원의 처리가 끝난 것이 8월이었다.


    그러면서 시 관계자는 바로 그 다음달 시 조직이 개편되면서 현씨 문제에 대한 처리가 다시 뒤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9월에 시 조직개편이 있었다.
    개편 전 북촌 한옥마을 업무는 주택정책실 산하 한옥문화과가 맡았다.
    그런데 조직개편으로 한옥문화과가 없어졌다.
    북촌마을 공방과 게스트하우스 관련 업무만 한양도성도감과 한옥문화팀으로 넘어왔다.
    업무 이관을 받아 자료 검토하고 이 건은 소송밖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걸었다.
    국감에서 의혹이 불거지니까 시가 마지못해 나선 것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시 관계자는 취재 말미에 현씨와의 소송에 대한 강한 자심감을 나타냈다.

    SH가 소유한 135-1번지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도 겨울이 지나면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것이란 예견도 내놨다.

    우리는 이번 소송에서 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기간 만료에 따른 통지를 비롯한 관련 절차를 모두 지켰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승소하리라고 본다.
    옆에 있는 SH 소유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도 행정의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조만간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다만, 동절기에는 철거나 퇴거와 같은 강제집행은 가급적 삼가기 때문에 실제 집행은 겨울이 지난 뒤 이뤄질 것이다.

        - 서울시 관계자



    #3. 소송서 이기고도 움직이지 않은 SH공사..무슨일이 있었길래?

    SH공사가 보여준 모습은 더욱 수상쩍다.

    공사가 현씨에게 운영권을 위탁한 135-1번지 한옥에 대한 계약기간은 3년 전인 2010년 1월 31일로 끝이 났다.

    SH공사는 오세훈 시장 시절 계약기간이 지난 뒤에도 자진퇴거를 하지 않는 현씨를 상대로 명도청구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공사는 판결이 확정된 지 1년이 넘도록 현씨에게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SH에도 시 한옥문화팀과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던 걸까?


    소송이 끝난지 1년이 넘었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뭔가?

    문제된 한옥은 법적으로 소유자와 필지가 다르지만 구조상으로는 한 건물이다.
    쉽게 말하면 본채는 SH 소유이고, 별채는 시 소유다.
    그런데 별채는 패소하고, 본채는 승소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건물이 짝이 안맞는다.
    반쪽만 내보내도 문제는 생기고 참 곤란하다.

        - SH공사 관계자


    단순히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집행을 미루었다는 것인가?

    시가 패소한 뒤에 다시 소송할 때까지 이런저런 사유로 시간이 걸렸다.
    집행이든 계약이든 시와 보조를 맞춰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시와 SH공사가 박원순 시장의 눈치를 봐서 현준희씨에 대한 집행을 머뭇거린거 아니냐는 의혹이 많다.

    낭설이다.
    현준희씨를 전부터 수십번은 만났지만 특혜는 정말 아니다.
    두 집이 구조적으로 한 집인데 시와 공사로 소유가 나눠져 있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 것 뿐이다.


    결국 SH공사의 이야기도 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시장과 현준희씨의 특수관계를 생각해 위법을 눈 감아 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와 SH의 해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시는 현씨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새로운 사업자 선정이 늦어진 것은 현씨가 시에 공식적으로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며, 소송지연은 시의 조직개편 때문이란 것이다.

    SH의 경우, 문제된 두 채의 한옥이 사실상 한울타리 건물인데, 한쪽은 소송에서 지고, 한쪽은 승소해서 강제집행을 하면 반쪽짜리 집이 된다는 논리다.
    시가 패소 뒤에 명도소송을 지연한 것도 집행을 미룬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곁들였다.

    두 곳의 설명이 맞다면 이번 논란은 특혜라기 보다는 행정절차상 나타나는 업무지연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에 우연이 연이어 겹쳤다는 해명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설령 시나 공사측이 그럴 생각이 없었더라도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4. 박원순 시장 취임 후, 특혜 인사잡음 계속 돼..
    앞 뒤 다른 언행, 도마 위에 올라

    취임 직후 서울시에서 벌어진 1급 고위직 5명에 대한 숙청을 비롯해 박 시장 임기 중 불거진 특혜, 인사 잡음은 이번 한 번 만이 아니다.

    박 시장과 과거부터 친분이 있던 인사들의 중용은 늘 문제를 만들어냈다.



  • ▲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 나선 신임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연합뉴스
    ▲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 나선 신임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연합뉴스

    대표적인 사례가 박 시장의 문화멘토로 알려진 박인배씨의 세종문화회관 사장 취임이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세종문화회관을 침묵속에 빠트렸다.

    예고없는 갑작스런 예산삭감과 조직개편에 반발해 산하 9개 예술단 중 3곳의 단장이 자리를 떠나는 등 파장은 심각했다.

    코드인사 잡음도 이어졌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송병춘 변호사를 서울시의 새 감사관에 내정한 것이 좋은 예다.

    특히 송 변호사가 직무상 기밀누설 및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교과부로부터 고발을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인사를 강행해 비난을 자초했다.

    지난해 4월 맥쿼리 인프라에 대한 특혜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 시장은 철저한 검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시민옴부즈맨을 통해 의혹을 낱낱히 밝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 서초구의 사랑의교회 건축허가와 관련해 특혜논란이 빚어졌을 때도 박 시장은 거듭 '특혜 근절'을 강조했다.

    행정이라는 건 법령에 맞게 추진되어야 하고 인근 지역의 발전방향이나 정해진 도시계획 범위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혜는 있을 수 없다.

        - 2012년 8월 29일 서울시의회 제240회 임시회 시정질문에 참석해


    그런데 박인배 사장, 송병춘 감사관 임명 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촌마을 한옥 게스트하우스 특혜 의혹'을 대하는 박 시장의 태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특혜를 근절하겠다는 기본원칙을 공언했으면,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잡음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판단을 해야 한다.

    과거 시장들의 비리와 직결된 맥쿼리 특혜의혹에 대해 시민옴부즈맨을 통한 검증을 강조했다면 이번 논란을 대하는 태도 역시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앞과 뒤가 다른 박 시장의 언행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