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새 감사관에 송병춘 전 시교육청 감사관 내정송 전 감사관, 직무상 기밀 누설로 교과부로부터 피소 구로공단 노동자에서 변호사로, 곽 전 교육감 최측근시, 고발 사실 알고도 임명 강행..‘코드·특혜인사’ 논란
  • ▲ 서울시가 송병춘 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새 감사관에 내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2011년 8월 곽노현 전 교육감을 대신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송 전 감사관의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 서울시가 송병춘 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새 감사관에 내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2011년 8월 곽노현 전 교육감을 대신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송 전 감사관의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시가 신임 감사관에 중앙정부로부터 직무상 비밀 누설혐의로 고발당한 인사를 내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21일 임기만료로 퇴직하는 황상길 현 감사관의 후임으로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지낸 송병춘(58)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송 변호사가 사회활동과 공공조직 근무경험 등을 통해 공직자로서 충분한 소양과 경륜을 갖추고 있어, 서울시를 더욱 신뢰받는 조직으로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새 감사관 선임을 위해 지난해 12월 공모계획을 공고하고 이달 중순 선발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송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덧붙였다.

    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감사관의 역할 및 기능은 다음과 같다.

    시 감사관은 서울시 본청, 사업소, 시비보조단체,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시설 등 시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 및 조사를 총괄하는 직위이다.


    맡아야 하는 역할이 막중한 만큼 다른 자리보다 훨씬 더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 직무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재임 시절 비위행위로 지난 8일 교과부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시교육청 감사관으로서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외부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 현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공무원법이 정한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중징계’요구까지 받았다.

    심사위가 열리기 며칠 전 감독기관의 직무감사를 통해 고발과 중징계요구를 받은 인사를 신임 감사관에 내정한 것은 석연치 않다.

    송 변호사의 직무상 능력이나 과거 경험, 교과부의 고발 및 징계요구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 감사관으로서 업무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 감사관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할 때 전임지에서 고발과 중징계요구를 받을 만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인사를 내정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송 변호사는 교과부의 고발 및 중징계 요구에 맞서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송 변호사가 새 감사관에 임명되더라도 과연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 8일 교과부는 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지낸 송 변호사를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송 변호사에 대한 고발조치는 지난해 10~11월 시교육청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송 변호사가 감사관 재임 당시 비공개 대상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외부에서 열린 토론회 등에 참석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 등을 해 공무원법이 정한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송 변호사는 비공개 정보인 A사학법인의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에 대한 교육감 권한대행의 결재서류와, 또 다른 사학법인의 재산처분 관련 민원조사 결과를 외부에 유출해 공공감사법을 위반했다.

    지난해 8월에는 무단 외출해 사학비리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비판 발언을 해 공무원의 품위유지 및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지방공무원법을 어겼다.

    교과부는 송 변호사의 법령 위반행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 중징계 요구 외에 검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사범대학생에서 구로공단 노동자로, 다시 변호사로 극적인 변신을 거듭한 송 변호사는 대표적인 좌파 법조인 중 한 사람이다.

    유신반대 투쟁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한 그는 2001년 47살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최고령 합격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연수원 수료(33기) 후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교육청소년위원장을 맡는 등 교육분야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2010년 곽노현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개방형 공모를 통해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에 임명됐다.
    송순재 전 서울시교육연수원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곽의 남자’로 분류된다.

    교과부의 고발조치에 대해 송 변호사는 ‘표적 감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교과부의 고발에 맞서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해, 교과부와의 치열한 법정다툼을 예고했다.
    문제가 된 비밀누설 혐의도 강하게 부인했다.

    엄청난 비위를 저지른 A사학법인 이사회를 유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시의원들에게 당연히 알려야 할 내용이었다.
    대외비 성격의 자료도 아니었다.

        - 송병춘 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외부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였다.
    국회가 주최하는 토론회는 특별한 허락 없이도 참석을 해왔다.
    야당 의원들의 토론회라고 문제를 삼는 것이냐.


    송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단일후보로 나선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된 뒤 같은 달 31일 사임했다.


    송 변호사 내정과정에 대한 취재결과, 시는 선발심사위를 개최하기 전부터 교과부의 고발 및 중징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 변호사의 징계 사유–직무상 비밀 누설과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내용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교과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시 소속 감사관실 직원이 송 변호사에 대한 고발 및 중징계 사유와 실제 고발을 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송 변호사에 대해 예정대로 고발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처럼 (송 변호사를) 고발했다.
    시 감사관실에서 전화가 와 송 전 감사관을 실제로 고발했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 교과부 관계자


    서울시도 송 변호사에 대한 심사에 앞서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교과부의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공무원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내부검토의견을 올렸다.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선발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

        - 서울시 관계자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송 변호사에 대한 감사관 내정을 심사한 위원회는 시 소속 실국장 3인과, 외부 민간 감사전문가 3인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외부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임했다.

    시는 심사에 참여한 외부위원 명단에 대해서는 시험에 관련된 사항으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는 처음부터 송 변호사에 대한 고발 및 중징계 사실을 모두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

    송 변호사 임명은 이로 인한 잡음이나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분명한 의사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인사다.
    송 변호사 임명에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목적이 무엇이든 직무상 기밀을 누설하고,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인사를 시 감사관에 내정한데 따른 ‘부적격 인사’ 비판은 면할 수 없다.

    같은 진보진영인 곽노현 전 교육감의 낙마 이후, 그의 측근들을 박원순 시장이 거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측면에서 ‘코드인사’, ‘특혜인사’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